1년 넘게 방치상태였던 것에 오랜만에 손을 댔다......
같은 사이트의 대표작 중 하나였던 팬텀 페인 전기는 독자 블로그까지 만들어 부활중인데,본작은 부활하지 않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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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발이 휘날리는 북해상.미끄러지듯 나아가는 미네르바 안에서는--
모함으로 귀환한 신을,정비병들이 박수와 환성으로 맞이했다.
상처투성이인 임펄스에서 내려온 그를,모두가 둘러싼다.
[여어,해냈구나 신!]
[아니,정말 대단해.그런 전법이 있다니]
[수고했어! 이건 틀림없이 훈장감이야!]
모두들,강적의 격파에 웃음짓고 있다.원수를 갚은 것을 기뻐하고 있다.
그들도--기체의 정비를 맡는 자로서,책임감을 가지고 있던 것이다.
프리덤에게 입은 피해,그 책임의 일부를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루나마리아의 죽음에 대해서는,그들은 지금도 여전히 격렬한 후회를 안고 있다.
그러니--자신들이 필사적으로 정비해온 임펄스의 승리를,실로 자기 자신의 일처럼 솔직하게 기뻐한다.
너덜너덜해진 것은 좀 아쉽지만,또 열심히 고치면 되는 것이다.
[계책이 제대로 맞아들어간 모양이군,신]
[고마워.레이의 분석 덕분이야!]
하얀색과 붉은색이 섞인 자크에서 내려온 레이도,신을 칭찬한다.
그의 자크도 또한 피탄당해,이번에는 왼팔을 어깨까지 잃어버렸다.유클리드와의 격전의 흔적이다.
두 사람은 굳은 악수를 나눈다.서로,깊은 신뢰로 가득한 시선을 나눈다.
신은 주위의 모두를 둘러보고는,다시 머리를 숙인다.
[레이만이 아니야.하이네도,아스란도,메이린도,정비쪽의 모두들도.
이건,모두의 힘이 있었기에 얻은 승리야.절대로,나 하나의 힘이 아니야.
모두들......정말 고마워......!]
[머리를 숙일 필요는 없어.해낸 건 바로 너야]
[그래--그래--.언제나의 자신 가득찬 태도면 된다구,신은 말야!]
[정말 어떻게 된 거야,언제나의 광전사는? 이쪽까지 페이스가 흐트러지잖아]
드물게도 솔직하게 감사를 표하는 신에게,레이도,정비쪽의 면면들도 역으로 창피해진다.
아부도 다른 무엇도 없이,신을 추켜올린다.솔직하게,신의 능력을 찬탄한다.
되돌아 보면,아모리 원의 습격사건에서 시작된,이 미네르바의 격전의 여로.
인연 깊은 팬텀 페인의 면면들.그들과 미네르바와의 인연에,도중에 프리덤도 깊숙이 끼어들고--
최초에는 아군.이윽고 그 사이는 끊어지고,씁쓸한 대립을 겪고,가장 증오스러운 적으로 변했다.
말하자면--이 승리에 의해,개전 이래 미네르바를 따라붙어온 라이벌과의 인연이,전부 결판이 난 것이다.
이쪽도 잃어버린 것은 적지 않다.수많은 희생도 나왔다.
하지만,최종적으로,이긴 것은 그들이다.
그런 그들이,반은 들뜬 듯한 고양감에 취해 있는 것은,어찌보면 당연할 것이다.
그들의 길고 괴로웠던 싸움은,그들의 승리로 막을 내리고--
[--신! 너!]
--그것은,당돌하게.
격납고에 가득한 밝은 분위기를 깨부수는,엄한 목소리로 외친 것은--
아스란 자라였다.
벽에 손을 짚고 거친 숨을 쉬며,얼굴에는 식은땀이 배어 있다.
맨발에,상반신 나체.가슴에는 압박붕대가 여러 겹으로 감겨 있지만,거기에조차 희미하게 피의 흔적이 보인다.
아스란은,신의 고생을 칭찬하려고도 하지 않고,엄한 눈으로 그를 노려본다.
하지만 고양되어 흥분해있던 신은,그의 눈초리도 몸 상태도 눈치채지 못하고,그 표정 그대로 아스란에게 가까이 온다.
[아스란! 상처는 이제 괜찮나요!?
꽤 걱정했다구요.하지만,생각보다 가벼운 상처였나.그럼 잘 됐네요]
[신......! 너......너는......!]
신은 아무런 비아냥도 없이,아스란의 몸을 걱정한다.
모든 짐을 내려놓은 듯한,깨끗한 표정.지금까지 본 적이 없었던,밝은 미소.
그곳에는,광견,광전사라고도 불렸던 전투광의 흔적은,전혀 없다.
그런 신의 표정에--아스란은,주저한다.동요한다.혼란스러워한다.
대체,뭘 어떻게 말하면 좋은 것인가.어쩌면,어떻게 감추면 좋은 것인가.
이런,행복해 보이는 신을 앞에 두고--
아스란의 눈 앞에서,세계가 회전한다.신의 미소가,마냥 밝은 미소가,눈 앞에서 일그러진다.
무리한 탓에 상처가 벌어져,붕대의 핏자국이 천천히 넓어져 간다.빈혈이 일어난다.
의식이 몽롱해진다.생각이 제대로 정리되질 않는다.주위의 목소리가,마치 메아리처럼 울리는 것 같다.
[아스란이 제안한 전법,임펄스의 파츠 자폭에 휘말리게 하는 작전도,써 봤어요.
꽤 효과가 좋았다구요--덕분에,원수를 갚았다구요! 세이버의 몫까지!]
신은 아스란에게 가까이 와서,자랑스럽게 보고한다.실로 밝은 미소.
그것이--그 한 마디가,그 표정이,드디어 인내의 한계를 넘겨버렸다.이젠,견딜 수가 없었다.
[신......너란 녀석은!]
퍽.
발작적으로 나간 주먹이,정면으로 신의 안면에 들어간다.격납고에 타격음이 울린다.
하지만--얻어맞은 신보다도,오히려 때린 아스란의 몸 쪽이,비틀비틀 무너진다.
코피 하나 터지지 않은 신이 아연하게,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로,그래도 반사적으로,아스란의 몸을 안아 부축한다.
주변을 둘러싼 정비볌들도,아연한 채로,뭐가 어떻게 된 건지,알지 못한다.알 수 있을 리가 없다.
[뭐......대,대체 무슨 짓을!?]
[원수라고......그게,원수라고!?]
신에게 안긴 채로,아스란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작은 목소리로 외친다.
신의 양 어깨에 손을 대고,몸을 붙잡는다.어깨 살에,아스란의 손가락이 아플 정도로 파고든다.
[그건--프리덤에 타고 있던 건,네 여동생,마유 아스카야!!]
[하--!?]
[그건,2년 전의 전쟁에서 한 팔을 잃고! 양친을 잃고! 오빠마저도 잃어버린 줄 알았던......네,여동생이라구!]
[잠깐,무슨......! 노,농담에도 정도가 있......!]
[어떤 인연으로 세이란의 양녀가 되고,어떤 경위로 프리덤에 탔는지까지는 모르지만......
--너와 마찬가지로 싸움을 계속해 왔던,네 여동생이라구!]
눈물을 흘리면서,떨리는 목소리로 외치는 아스란.
지금까지 승리에 취해있던 격납고는,한순간에 조용해진다.
--단풍잎이 떨어지는 곳에서 놀던 두 사람.예전부터 사이가 좋았던 남매.2년 전의 오노고로 섬의 비극.
유니우스 세븐에서의 해후.오브 군항에서 끼어든 회색의 프리덤.오브 만 해전.카펜타리아 만.
로드니아의 연구소.수에즈 만.베를린.그리고,북해에서의 결전--
여동생과의 기억이,그리고 프리덤과의 싸움의 기억이.한순간에 신 안에서 되풀이된다.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머리로 결정짓고,증오에 사로잡혀 눈을 돌렸던,사실들의 부합.
싸움이라는 [최고의 커뮤니케이션]속에서,느끼면서도 무시해 버렸던,그 위화감.
승리를 눈 앞에 두고,[목숨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던 자신의 말을 밟아버리고,자기 자신의 목숨에 거짓말을 해 버린 자신.
[확실히,그 녀석에겐 쏠 만큼의 이유가 있었어.프리덤은,우리의 적이었지.
하지만......하지만! 네가 쏴서는,안 되는 상대였다고!]
[그럴,수가......!]
마지막 외침과 함께,아스란은 쓰러진다.모든 기력을 소모해버린 아스란은,그 자리에서 의식을 잃어버린다.
신은,그런 그를,신경 쓸 여유도 없이.멍하니,입을 벌린 채--
푹 무릎을 꿇으며 주저앉는다.격납고 한가운데,기절한 아스란 바로 옆에,무릎을 꿇었다.
정비병이,레이가,둘의 이름을 부르지만--그 모든 목소리가,신에게는 아득히 멀고--
신은,[전사로서의] 신 아스카는,이렇게 [끝났다]
마유 -척완의 소녀-
제 22화 [ 그리고,아직 끝나지 않는 세계 ]
부글......
어두운 바다에,거품이 천천히 올라간다.눈보라가 치는 바다도,그 해면 아래로 내려가면,실로 조용하다.
어두운 바다 속,라이트 2개가 나란히 불빛을 밝히고 있다.
스스로 라이트 주위를 비추고,길다란 암을 뻗는 잠수정.
아니--이것은,잠수정이 아니다.수중작업용의,MA다.
우주에서는 일반적인 작업용 MA,미스트랄을 수중에서 쓸 수 있도록,사양을 변경한 것이다.
그 라이트 사이에는,육각 너트 모양을 한,황색과 검은색의 육각형 마크,정크길드의 정식 넘버의 증표.
바다 속,미스트랄은 암으로 거대한 덩어리를 붙잡는다.미스트랄 자신에게도 필적하는,거대한 금속 덩어리.
미스트랄의 등 뒤에 달린 거대한 상자에 넣으려 하지만,들어가지 않는다.상자보다도 크다.
어쩔 수 없이 정커의 미스트랄은,그 덩어리를 안은 채,해면으로 돌아간다.
--잘 보면,그 상자 안에는,이미 MS의 팔이나 다리의 일부 같은 것이 들어 있다.
해면에는,붙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2척의 배가 있었다.한쪽은 정크길드의 깃발을 내건 배,다른 한쪽은,연합군의 배.
정크길드의 배는 선저에 커다란 입구가 열려 있어,수중용 미스트랄이 직접 선내로 돌아갈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주운 화물을 안은 채,작업용 MA는 배 안으로 들어간다.
해수와 함께 들어가고,입구가 닫혀,천천히 물이 빠져나간다.
[--어때,꼬마! 찾던 물건은 찾았나!?]
[예! --아,아니,저,그게......차,찾지 못했습니다......]
배에 회수된,미스트랄의 콕핏 안,청년은,일단 무심코 대답하다가,서둘러 말끝을 흐린다.
화면 너머에 비치는 것은,연합의 사관,옆 배의 통신이다.
사람 좋아보이는 미소를 띄운,사람 좋아보이는 수염을 기른 남자지만,출세와는 인연이 없는 타입이라고도 생각되는 분위기.
[뭐,괜찮아,괜찮아.그쪽 사정도 알고 있으니까.
--그럼,위에는 '찾아내지 못했다'라고 보고해 두지.해류에 흘러가 버린 모양이다,라고 말야]
[......정말,죄송합니다]
[괜찮다니까! 알스터 씨에게는,갚지 못한 은혜도 있으니까!]
[아니,이제 저는 '그녀'와는......애초에,'그녀'는,이미......!]
[--알고 있어.하지만 이것도 무언가의 인연아다.지금이 어떻다 하는 이야기가 아니야.
무엇보다 난,꼬마가 마음에 들어버렸으니까! 빌어먹을 블루 코스모스인 지금 상관보다도 말야!]
화면 속,크게 입을 벌리고 웃는 수염난 얼굴의 사관.
청년은--색이 들어간 안경을 낀 청년은,그의 마음 씀씀이에 고개를 숙인다.
[뭘,상층부가 필요로 하는 건,'일단 찾아는 봤다'라는 구실뿐이야.
정말로 구할 생각이 있다면,정크길드가 나오기 전에,직접 MS부대를 내보내서 바다속을 뒤졌겠지.
그러니까 꼬마,얼른 가 버리라고.그 상자를 열기 전에 가 버려.
이쪽도 임무상,아군 병사가 찾아내면 회수해야만 하니까]
[정말로......감사합니다]
정커 사이 아가일의 말에,수염난 남자는 장난기 가득한 얼굴의 윙크로 대답한다.
두 척의 배는,헤어져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청년과 수염난 남자는,다른 방향으로 향한다--
--미네르바는 나아간다.북해를 빠져나와,북대서양을 나와,그대로 대서양을 남하.
지중해의 입구,지브랄탈 기지에 도착한다.
해상에 떠 있는 활주로를 중심으로 한,커다란 기지.지금은 이미 흔들림 없는 자프트의 일대 거점이다.
[후우--,피곤하군요 함장.여기까지 오면 드디어 한숨 돌린 참일까요]
[그렇다고 해도......혼잡한걸.무언가 대규모 작전이라도 시작할 생각일까,길버트는......]
아서를 무시하고 탈리아가 중얼거린 대로.지브랄탈 기지에는 수많은 함선이 북적거리고 있었다.
MS도 많이 모여 있는 듯,수송기에 차례차례 내려오는 모습이 보인다.
특히 눈을 끄는 것은,푸른색 일색의 MS들.예전 하이네가 타고 있었던 구프 이그나이티드의 양산 버전이다.
만신창이의 미네르바는,병사들의 환호성을 받으며,
기지 항구로 입항해 간다--
미네르바가 입항하는 바로 그 상공을.
1기의 소형 비행기가,지브랄탈 기지로 들어온다.
그 기내에는,한 사람의 남자가 통신기를 마주보고--
[--그런가,잘 해주었다 베리니.제 1진의 테스트는,성공인가]
[아직 성공률은 낮습니다.역시 '블록 워드'가 없으면 안 되는 모양이군요.
2명 정도,조정이 불필요한 타입의 성공예도 나왔습니다만......역시,총합 능력이 떨어집니다.
기껏해야 하프 코디네이터 정도의 능력이 아닐지]
[......그래서는 써먹을 수가 없군.뭐 하프 정도라도,재능의 방향성과 노력 나름이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은 '코디네이터급의 존재'다.누가 봐도 그걸 알 수 있는 존재야.
이후에는 기본적으로,블록 워드를 쓰는 방향으로 진행시키게.
......그래서? 당장이라도 쓸 수 있는 성공예는,있나?]
[1명,괜찮게 성장한 자가 있습니다.본인의 의욕이 높은지,MS조종훈련에서 대단한 성과를 올린 자가.
현재 이미 최종조정에 들어갔습니다.가까운 시일내에 실전투입이 가능한 레벨이 되겠지요]
화면 너머에 있는 것은,금발의 여성 연구원.백의 위에 세로 롤머리가 흔들린다.
그녀의 보고에,검은 장발의 남자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건 믿음직하군.그럼,슬슬 이쪽도 준비를 해 두지. --아,그리고]
[뭐지요?]
[자네가 이전,제안했던 '오버 익스텐디드'계획 건 말인데--
어쩌면,마침 좋은 '소재'가 들어올 지도 모른다.
혹시 그렇게 되면,이것도 그쪽으로 보내기로 하지]
[감사합니다,의장]
[뭘,그것도 이것도,모든 것은 우리의 미래를 위해,모든 것은 '데스티니 플랜'을 위해서야--]
길버트 듀랜달은,그 단정한 얼굴에 빙그레 미소를 띄운다.
그를 태운 비행기는,지브랄탈 기지에 착지한다.
--지브랄탈 기지에서 보면,지구의 반대편.
오브 연합 수장국 행정부,대표 수장 집무실,아니 대표 수장 대리 집무실--
[--유우나,있나? ......오오,여전한가]
무언가 서류를 한 손에 들고 방으로 들어온 것은,우나토 에마 세이란.정수리에는 한 줄기의 상처자국.
어두운 방 안,그는 흩어진 쓰레기를 피하면서,벽에 웅크리고 있는 그림자에게 가까이 간다.
그렇다--방은,예전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던 집무실은,완전히 헝클어져 있었다.
부서진 집기류가 흩어져 있고,휴지조각이나 먹다 만 주먹밥 따위가 난잡하게 흩어져 있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항아리가,반쪽으로 깨져 방 한구석을 뒹굴고 있다.
이름있는 화가의 그림이,던져진 잉크병에 그대로 커다란 얼룩이 생겨,기울어진 채 벽에 걸려 있가.
불을 켜려 해도,전등조차 대부분이 깨져 있는 듯--
그런 엉망진창인 방 안,청년은 벽에 등을 기대고,무릎을 끌어안고 있었다.
새 고급 정장은 완전히 구겨지고,항상 단정히 정리되어 있던 보라색 머리는 흐트러진 그대로.
제대로 식사도 하지 않은 것인지,그 뺨은 푹 들어갔고,턱에는 아무렇게나 수염이 자랐다.
향수를 빼놓지 않았던 그의 몸에서는,며칠이나 씻지도 않았는지,쉰 냄새까지--
[유우나.어이 유우나]
우나토는 일단 불러보지만,그는 대답하려 하지 않는다.
무릎을 끌어안은 채,멍한 눈으로,바닥을 바라보고--
[정말이지,어쩔 수 없는 녀석이군.적당히,받아들이는 게 어떠냐.
연합군이 기지를 빌리는 건으로,의회를 통과시키는 데 대표 대리의 결재가 필요한데......내가 찍는다?]
[............]
우나토는 일방적으로 묻고,반응이 없는 것을 보자 집무실의 책상으로 향한다.방해물을 피하면서.
더럽혀지지 않은 자리를 찾아 서류를 두고,책상 위에 내팽개쳐져 있는 대표 대리의 도장을,멋대로 찍는다.
[......싶었어]
[응?]
문득,우나토는 무언가 들린 듯한 느낌이 들어,뒤를 돌아본다.
보면 유우나가,여전히 멍한 얼굴 그대로,입술을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여동생이 말야......여동생이,계속 갖고 싶었어......어릴 적부터,계속 갖고 싶었다구......]
[호오,그런가.잘 됐잖은가,짧은 사이라고 해도 여동생이 생겨서.실로 꽤나 도움이 되어주었지]
[나는......계속 카가리에게 의지하지만 했었으니까......내게 의지해 주는 여동생이,갖고 싶었다구......]
우나토의 혐오스러운 말도,들리지 않는 듯.연연히,중얼중얼,유우나는 중얼거린다.
공허한 눈에서,눈물이 흐른다.
수에즈 만에서 파견함대 괴멸,그 직후의 동요가 수습되자--그는 단지,기다리고 있었다.
카가리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을.그녀의 무사를 믿고,그녀의 악운을 믿고.
하지만,이틀이 지나고,사흘이 지나고,이윽고 일주일이 지나도 아무런 보고도 없이--
그런 차에 들어온,프리덤 격추 소식.카가리와 마찬가지로,마유도 또한 연합군에게 버려졌다는 사실.
--이것이,결정타가 되었다.
소중한 여성 두 명의,사실상의 사망보고.어떤 의미로,그 자신이 죽였다고도 할 수 있는 두 개의 비극.
그 자책감이,유우나의 절대로 강인하다고 할 수 없는 정신을 산산조각냈다.
그는 일체의 직무를 방치하고--아니,일체의 직무를 수행할 힘을 잃고,완전히 폐인이나 마찬가지인 상태가 되어--
그리고--지금 오브의 정치는,재상인 우나토가,원하는 대로 하게 되었다.
유우나가 만들어낸 우수한 관료조직을 자유롭게 사용해,연합의 압도적인 힘을 배경으로 의회를 움직여.
세이란 가에 반발하는 자들도,카가리라는 심볼을 잃어,그 중심점이 빠져,그를 막을 힘은 없다.
지금 여기에 우나토가 온 것도,오브군의 기지를,연합군이 이용하는 수속을 위해서다.
동맹 체결시에는 [함대를 파견하는 대신 기지이용 등은 일절 요구하지 않는다]고 약속했는데도 불구하고--
[--이거면 됐군.그럼 또 오마,유우나,적당히 그만 잊어버려라]
[......여동생이......갖고,싶었어......]
유우나의 중얼거림은,아무에게도 닿지 않는다.
우나토는 폐허로 변한 집무실을 뒤로 하고,문이 천천히,닫힌다--
[아하하하하......! 이쪽이야 이쪽!]
[정말,잠깐만 오빠! ......우후후......!]
--꿈 속에 울리는 것은,천진난만한 웃음소리.
단풍이 진 리조트.둘이서 술래잡기를 하고,나무에 숨고,마주보며 웃는다.
그녀가 빙글빙글 돌 때마다,그 카디건이,플리츠 스커트가,묶인 머리가 흔들린다.
[오빠......]
[응?]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고,오빠를 올려다보는 소녀.
다음 대사는 이미 알고 있다.[오빠 정말 좋아!]다.그도 정말 좋아해,라고 미소를 짓는다.
소년은 기대를 안고,그 대사를 기다리지만--
[오빠......오빠,오빠 때문에에에에!]
주위의 세계가,급속히 색을 잃어버린다.급격히 풍경이 바뀐다.
휘날리던 단풍은 하얀 눈이 되고,조용한 가을 고원은 추운 겨울 바다로 바뀐다.
그리고,사랑스러운 여동생의 모습은--
여동생의 환영과 맞바뀌듯이 출현한 것은,프리덤.푸른 날개의 악마.
그들의 적.원한 깊은 원적.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제악의 근원.
청년의 마음이,한순간에 격정으로 물든다.
[프리덤......! 너......너 때문에에에에!]
어느 틈엔가 그 자신도,기계의 몸체,엑스칼리버를 든,포스 임펄스.
프리덤과 임펄스는,얼어붙은 바다 위에서,격렬하게 부딪치고--
손에 든 거대한 검이,프리덤의 배를 훌륭하게 꿰뚫는다.확실한 손의 감촉.그의 얼굴에 웃음이 떠오른다.
[해냈어......해냈다구 루나......! 하하하핫......!
[......오,오빠......어째서......!]
[!!]
그의 고소는--흔들리는 소녀의 목소리에 끊어진다.
주위는 어느 사이엔가,눈 내리는 북해에서 단풍잎이 휘날리는 고원으로 돌아와 있다.
프리덤도 없고,임펄스도 없아.그 2기와 같은 간격으로,끌어안듯이 마주보고 있는 남매.
그리고--그의 손을 천천히 적시는,붉고 뜨거운 액체.
어느 틈엔가 그런 것을 들고 있었는지,흉악한 광채를 발하는 일본도가,그의 손에 쥐어져 있고--
그 칼날은 여동생의 배를 관통해,등 뒤로 삐져나와 있다.조용한 풍경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처참한 광경.
[이,이럴 수가......나는,나는......!]
[너무해......오빠,너무해......!]
[아,아냐! 나는 몰랐어! 서,설마,이런 일이 될 줄은......!]
[내 소중한 사람들을,모두 죽이고......! 나까지,죽이고......!]
낭패하는 소년.치명상을 입은 소녀는,고꾸라진 채로,거친 숨을 몰아쉬면서,하지만 담담하게 중얼거린다......
그녀의 얼굴이,천천히 위로 들어올려진다.칼에 꿰뚫린 그대로,신을 노려본다.
그 입가에서 피가 흐르고,그 눈은 증오에 물들여 치켜올린,실로 무서운 모습으로.
[용서 못 해......! 절대로,용서 못 해......!]
[우,우아......마,마유우우우우!!]
[마유우우우!!]
--절규하면서,청년은 깨어난다.
그곳은,미네르바의 방.흐트러진 실내.유우나의 집무실에도 뒤지지 않는,헝클어진 모양.
침대 위에서--신은,몇 번이나 반복되는 악몽에,거친 숨을 몰아쉰다.다시 침대 위로,쓰러진다.
얼굴을 감싼 양 손 사이에서,이미 말라 버렸다고 생각한 눈물이,다시 흘러나온다.
[마유......! 젠장,어째서 네가......! 미안해 마유......!]
그는 침대에 누운 채.언제까지나,언제까지나,혼란스러운 절규를 반복한다......
--지브랄탈 기지의,일실에서.
듀랜달 의장은,금발의 청년을 맞이했다.
[여러 가지로 수고했군,레이]
[아니오,괜찮습니다,길.이것도 제 일이니까요]
[그래서--몸은 좀 어떤가? 약은 충분한가?]
[아직,괜찮은 것 같습니다.걱정 마시길]
임시 의장 집무실 한 구석.그는 레이에게 자리를 권하고,홍차 세트를 가져온다.
소파 깊숙히 몸을 가라앉히는 의장.한편 레이는,약간 얕게,자세를 무너뜨리지 않고 허리를 내린다.
[그래서--역시 안 되겠나,신은]
[예상 이상으로 여동생의 존재가 컸던 모양입니다.그 이전에도 위험한 징후는 있었습니다만]
담담하게,레이는 이야기한다.[친구]라고 인식하고 있는 동료에 대해,냉정하게 분석하고 벗겨낸다.
[그는 원래,스스로를 '전쟁의 피해자'로 규정하는 것에 의해 자신을 정당화하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자신이 당했으니까,되갚아 줘도 된다--마치 어린아이의 논리 같습니다만,그만큼 강력하지요.
'광견'이라고까지 불리던 가열찬 태도 뒤편에는,그런 무의식적인 자기 기만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흐음.누구라도 빠지기 쉬운 실수이긴 하지만]
[하지만,최근의 그는,'적의 기분을 알겠다'같은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마다 각기 다른 싸우는 이유가 있다,라거나.사람마다 각기 정의가 있는 것이다,라거나.
하지만,그것을 눈치채 버리면......그의 어린애 같은 자기변호는,붕괴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 너머에서 다시 싸우는 이유를 찾아내 주면 좋았겠지만,그는 거기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나]
[조금만 더 시간이 있으면,어쩌면......타이밍이 나빴다,라고밖에 말할 수 없겠군요]
[여동생과 만나 버린 것이 불행이라는 건가--]
[그 여동생을 포함한 가족의 죽음이야말로,그의 원점이었으니까요--]
이제 바로 막 한 꺼풀을 벗으려 하던 바로 그 때,맞닥뜨리고 만 최악의 비극.
탈피가 완료되면 더욱 강해졌을 지도 모르지만,탈피는 가장 무방비한 때이기도 하다.
듀랜달은,레이의 분석에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긴다.
한동안 생각하다가--홍차를 한 모금 마시고,결단을 내린다.
[하지만,그 여동생도 지금은 없다.시점을 바꾸어 보면,이제 그를 속박하는 것은 없어.
--신은,일단 미네르바에서 내리게 하지]
[미네르바를?!]
[수에즈로 보낸다.그곳에는 지금,'전문가'가 있으니까.
신 아스카,'배신자 프리덤'을 쓰러뜨린 자프트의 영웅은,지금은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야.
망가진 채로 놔둘 수도 없지.
그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든......빨리 '고쳐서'전장에 복귀시키지 않으면,내가 곤란해--]
지브랄탈 기지,군 병원.
수많은 간호사와 의사,그리고 자프트 병사들이 오가는 병동 개인실에서.한 사람의 청년이,문병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런가.신도 결국,입원인가--]
[수에즈 기지에,실력있는 정신과 의사가 와 있다던가요......
바로 조금 전,비행기에 타고,출발해 버렸어요......]
침대에 걸터앉아,붉은 군복 웃옷 소매에 팔을 끼우고 있는 것은,아스란 자라.혈색도 얼마간 좋아졌다.
문병을 온 것은 메이린 호크.평소의 녹색 군복이 아니라,꽤 평범한 사복 차림이다.
그 뒤로 다시 의무실로 보내져,다시 긴급수술을 받은 아스란은.
지브랄탈 기지에 도착한 뒤,마취로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곧 이 병원으로 옮겨졌다.
심신의 회복이 진행된 뒤--그 때,신에게 저질러 버린 진실의 폭로를,심하게 후회했지만.
그래도,내뱉어버린 말은 주워담을 수가 없다.그가 할 수 있는 일은,그 뒤의 신을 걱정하는 것 뿐이었다.
[아스란은,이제 괜찮은가요?]
[아직 격렬한 운동이나 MS탑승은 허락받지 못했지만,약간 억지로 퇴원허가를 받았지.
신 일도 있으니,빨리 나가고 싶었지만......그런가,수에즈인가......]
재빠르게 퇴원 준비를 하면서,아스란은 중얼거린다.수에즈 기지는 같은 우군 기지라고는 해도,제법 멀다.
아스란 자신이 말하는 대로,사실은 그도 아직 퇴원이 허락될만한 상태가 아니다.
그래도 누워 있을 수는 없다,라고 반은 억지로,페이스 특권까지 이용해서,조건부로 퇴원을 인정받은 것이다.
하지만......그것조차도,지금의 신의 상태에는,조금 늦은 모양이다.깊은 한숨이 새어나온다.
[어째서일까.나는,언제나 그래......언제나,너무 늦어......]
[아스란......]
[--메이린은,정말로 함을 내릴 거야?]
[예,예......어제,후임 아비 씨에게 인계를 끝마치고.
함장이 힘써준 것도 있어서,오늘 아침부터는 이미,민간인 신분이에요.
군적을 떠나니,여러 가지로 번거롭네요.아스란 문병을 오는 것도,수속이 복잡해졌어요]
당돌하게 자신 쪽으로 돌아온 화제에,메이린은 당황하며 대답한다.
자신 한 사람만,군무엣 해방되어 자유가 되어 버린 그녀.하지만 이제부터 대체,무엇을 하면 좋은 것일까?
[이제부터 어쩔 거야? 일단 플랜트로 돌아가나?]
[아니오......기다리는 가족도 없고,돈에도 약간은 여유가 있고.
조금만 더 생각이 정리될 때까지,지구를 둘러볼까,하고.
어쨌든,수에즈 기지까지 신 문병이나 가보려고 생각해요]
[그런가......부디 조심해.신에게,안부 전해줘]
메이린의 말에,적적하게 미소짓는 아스란.적복의 옷깃을 고치고,챙겨놓은 짐을 들고 일어선다.
병실을 나가려고 등을 돌리는 그,그 뒷모습에서,무언가를 '느낀'메이린은--
--충동적으로,그 등을 끌어안았다.
[......왜 그래,메이린?]
[아스란......! 다,당신은,어떻게 되는 건가요......!?]
등 뒤에 달라붙은 메이린에게,뒤돌아 보지도 못하고 묻는 아스란.침착한 어조.
메이린은,자신도 잘 알지 못하는 충동으로,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어떻게,라니......?]
[이제부터도 계속,자프트에서 싸우는 건가요? 이대로,계속하는 건가요......?]
[......? 뭐,그렇겠지]
아스란은,메이린의 질문이 무슨 의도인지를 전혀 알지 못한다.
싸움을 계속하는 이외에,뭘 어떻게 하면 좋은 것일까? 두 사람은 함께,이때까지의 싸움을 생각해 낸다.
카가리를 쓰러뜨려 버린,수에즈 만에서의 싸움.마유를 막지 못했던,베를린의 싸움.
그리고,남매의 비극을 막지 못했던,북해의 싸움--
[나는--이번에야말로,이루어야만 해.결심했으니까.끝까지 해내야만 한다구.
그렇지 않으면,여기까지 치른 희생이 전부 무의미하게 되어 버려.신과 여동생의 비극도,무의미한 것이 되어 버려.
그러니까,나는--]
[아스란은--당신은,군을 그만두는 쪽이,좋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스란을 가로막은 것은,메이린의 의외의 한 마디.같은 기억을 되짚으면서도,전혀 다른 방향을 향한 둘의 생각.
무심코 아스란은,그녀를 뿌리치듯이 뒤를 돌아본다.
메이린은 고개를 숙인 채,자신없어보이은 어조로,하지만,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확신에 의지해서.
[어딘가 아스란은--주위가 보이지 않게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이대로는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구요]
[그럴까.확실히 그 때는,몸 상태도 안 좋았으니--]
[신 이야기가 아니라--훨씬 전부터.아마,수에즈 공략전 때부터]
[............]
[아스란은......아스란도,한번 이쯤해서,조금 떨어진 곳에서 지켜볼 필요가 있지 않나요?]
[............]
[지금을 놓치면,이제 아스란에게는,멈추어설 기회가 없어져 버릴 듯한 느낌이 들어서,그러니까......!]
떨리는 목소리의 메이린은,쭈뼛쭈뼛 오른손을 내민다.마치 '같이 가자'라고 말하듯이.
그것에 대해,아스란은.
[고마워.메이린은 메이린 나름대로,날 걱정해 주는구나]
[아......그,그런 게 아니라......!]
[하지만,미안해.메이린하고는,함께 갈 수 없어.
나는 이제,멈춰서지 않는다고 결심했어.나 때문에 망가진 신 몫까지 싸운다고,결심했어]
아스란은 손을 내밀었지만,메이린의 손을 잡지 않고,그녀의 트윈 테일 사이에 손을 얹어,거칠게 쓰다듬은 뒤.
엄한 표정으로 몸을 빼어,병실을 나간다.
남겨진 메이린은,그 얼굴에 불안을 떠올린 채,그의 뒷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창 밖의 하늘을 올려다 보면,그곳은 푸른 하늘.잔혹할 정도로 맑게 개인,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올려다보면 잿빛 구름 아래,아직도 눈이 내리고 있는 베를린.
연합군의 부대가 대대적으로 전개해,텐트도 여러 개 펼쳐져 있다.
파편더미에 깔린 사람들의 구출,집을 잃은 난민의 지원,식량지원에 위생관리.헌신적인 구조가 진행되고 있었다.
말하자면--엄한 채찍 다음에는,똑바로 당근을,이라는 것이다.
또한 이 구조에 의해,이 피해는 '거리를 방패로 싸웠던'자프트가 나쁜 것이다,라고 어필하는 것도 목적이었다.
피해를 받은 사람들은 석연치 않은 무언가를 느끼면서도,하지만 구조의 손길을 거부하지도 못하고......
그런 상황인 거리의 한 구석.
기적적으로 살아남아,연합군에게 접수된 건물 중 하나에서.
[여어,미인 아가씨♪ 기분은 좀 어떠신가?]
[......좋을 리가 없지요.이런 취급을 당하고......!]
가벼운 느낌의 목소리를 내면서,한 남자가 방 문을 연다.검은 군복을 입고,가면을 쓴 남자다.
그런 그를 노려보는 것은,작업복 차림의 여성.그 한쪽 다리에는 족쇄가 채워져,사슬로 벽에 이어져 있다.
그녀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은,이 좁은 방 안,딱딱한 침대와 한쪽 구석의 가설 화장실 사이 뿐,이라는 상황이다.
[......어째서 당신이 살아 있는지,어째서 연합군 같은 곳에 있는지는,지금은 묻지 않겠어요.
하지만......포로라고 해도,범죄자 취급이라고 해도,이럴 수는 없어요!
대체 소좌는,날 어쩔 생각인가요!?]
['소좌가 아냐'라고 몇 번을 말해야 아는 거야.멋대로 죽이고 강등시키지 말아달라구,마류 라미아스.
나는,네오 로아노크,대--,좌--,야--!]
[대좌]부분을 강조해서 말하고는,네오는 주저앉는다.침대에 걸터앉은 마류의 발 밑.
품에서 꺼낸 것은,작은 열쇠.마류의 발을 속박하고 있던 족쇄를,철컥철컥 풀기 시작한다.
[이상한 생각은 하지 말라고~.내가 옆에 없으면,당신은 아직도 즉시 사살 OK인 중죄인이니까]
[......감싸주고 있다,라는 말이라도 할 생각인가요?]
[그런 셈이지.나로서도,당신을 죽게 하기는 아까우니까.
좀 이동해야겠어.겨우 베를린의 패전 처리가 끝나서 말이지]
족쇄를 풀고,일어서는 네오.자유로워진 다리를 쓰다듬으면서,마류는 수상한 눈으로 가면의 남자를 올려다 본다.
네오가 무엇을 노리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한동안은 저항하지 않는 쪽이 좋다고 생각한 것인지,순순히 따른다.
그런 그녀에게,네오는 묘하게 치근덕대는 말투로 푸념을 늘어놓는다.
[아니~,그야말로 호되게 당했다구.귀여운 부하들은 전~부 당해버리질 않나,나도 격추당하질 않나.
덤으로 마유까지 당해버렸지.이래서야 당신 정도 되는 선물이 없으면,농담 아니고 진짜로 강등당할 거야]
[......!? 잠깐만,지금,뭐라고!? 마유가 어떻게 됐다구요!?]
그의 아무생각 없는 말에,혈색까지 바뀌며 캐묻는 마류.
한편 네오는,가벼운 태도를 바꾸지 않은 채,그녀를 데리고 방을 나선다.
[뭐......그런 사정은,천천히 기회를 봐서 이야기하기로 하지.이쪽도 묻고 싶은 게 많으니까.
여기서 북아메리카까지,비행 시간은 꽤 걸리니까 말야--♪]
--어두운 격납고 안,두 사람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사람은,플랜트 최고평의회 의장,길버트 듀랜달.
어딘가 감개무량한 얼굴로,어두운 격납고에 늘어선 거대한 그림자를 올려다보고 있다.
한 사람은,별 모양의 머리장식을 달고 스테이지 의상을 입은,가희 [라크스 클라인].발 밑에는 붉은 하로가 튀어다니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하로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가슴께에 붙은 펜던트 같은 물건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아니......그것은 펜던트가 아니다.날개를 본뜬 뱃지,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미네르바 소속,레이 자 바렐입니다.동함 소속,아스란 자라를 데려왔습니다]
[오랜만입니다,의장]
어두운 격납고에 목소리가 울린다.격납고 맞은편,통로 끝에,붉은 그림자 2개가 보인다.
두 사람은 경례를 하고는,듀랜달과 가희 쪽으로 걸어온다.
[수고했군,두 사람.특히 아스란,상처는 이제 괜찮은가?]
[예,아직 베스트 컨디션이라고는 하기 힘듭니다만......]
[--아스라아안♪]
의장에게 대답하는 아스란의 목소리를,높은 목소리가 가로막는다.
스테이지 의상 차림의 가희가,아무런 주저도 없이 그에게 달려든다.그 기세에 아스란은 무심코 얼굴을 찌푸린다.
[......윽!]
[앗! 부상당했었지요! 미안해요 아스란,괜찮아요?!]
[조,조금만 더 조심해,미......라크스]
야단스럽게 양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이는 가희에게,아스란은 눈살을 찌푸린다.
불평 정도는 한 마디 하려고 그녀를 바라본 그는,문득 어떤 것을 눈치챈다.
조금 전 그녀가 달려들었을 때,부드러운 가슴의 감촉과 동시에 전해진,딱딱한 액세서리의 감촉--
[라크스......그건!? 그 훈장은......!]
[네,나도 이전 디스트로이 건으로,'페이스'의 일원으로 임명됐어요♪]
[뭐라구......!?]
[핑크색 자크를 제 전용기로 받고~,힐다 부대 여러분들이,제 부하가 되고~.
이제부터는,'노래하고 춤추며 싸우는 아이돌,라크스 클라인'으로 가는 거에요♪ ......그렇지요,의장님?]
[실제로,그녀의 전투력은 의외로 높아서 말이지.솔직히 말해 놀랐네.
다소 위험도 따르지만......이번같은 일이 있으면,오히려 이렇게 해 두는 쪽이 안전하다고 생각해서]
[이제부터는,같은 입장이니까요.함께 싸우자구요,아스란?]
[아......그래......으응......]
즐겁게 보고하는 가희.즐거운 듯 이야기하는 의장.아스란은 놀란 나머지,말도 제대로 잇지 못한다.
빙그레 미소짓는 가희가,아연해하는 아스란의 손을 잡고,억지로 악수를 한다.
그런 3인에......레이는 혼자,냉정한 그대로다.
[그것보다 의장--우리를 이런 곳에 부른 용건은,그런 것이 아니겠지요?]
[......그래,그랬었지.두 사람에게는,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네]
[아스란.자네를 '페이스'로 임명했을 때의,수에즈에서 나누었던 대화를 기억하고 있나?]
[예......일단은]
의장의 당돌한 질문에,애매하게 대답하는 아스란.그 때,어떤 대화를 나누었던가?
확실히,신뢰를 표하기 위해서는 훈장 정도밖에 방법이 없다,라던가--
[그 때--나는 약속했었지.자네가 타기에 어울리는 MS를,건조 중이라고.
세이버도 능가하는 MS를,준비하는 중이라고]
[그러고 보면,분명히......]
[안타깝게도 베를린의 싸움에는 맞추지 못했지만--봐 주겠는가!?]
팟! 파파팟!
의장이 손을 들어올리는 것을 신호로,격납고 안에 조명이 들어온다.
빛에 비추어진 것은,통로를 가로막듯이 늘어선,거대한 그림자 2개.
[이,이건--!]
[ZGMF-X19S,인피니트 저스티스.ZGMS-666S,레전드.
아스란,그리고 레이,자네들 두 사람의,새로운 기체다]
아스란이 숨을 삼킨 것은,무리도 아니다.
그곳에 자리하고 있었던 것은--어딘가 본 적이 있는,하지만 세부는 상당히 다른,2체의 MS.
전신 회색인 것은,PS장갑을 채용하고 있기 때문일까.그 점도 그 MS들과 똑같다.
대형의 리프터를 짊어지고,커다란 벼슬같은 머리부분을 가진 1기.
원반형 파츠를 짊어지고,무수한 드라군 같은 장비를 갖춘 1기.
틀림없이,이 2기는--
[보는 대로,2년 전의 명기,저스티스와 프로비던스를,현재 기술로 다시 만든 것으로--
본래는,'연합측에 붙은'프리덤에 대항하는,자프트의 심볼로 만들어진 것이지.
다행인지 불행인지,프리덤은 이미 쓰러뜨렸지만......그래도 이 2기가 뛰어난 MS라는 점은 변함없네]
[............]
[저스티스의 컨셉을 이어받은 후계기,인피니트 저스티스.
이것에는,아스란을 태우려고 하네.괜찮겠나?]
[예......!]
아스란은 새로운 애기를 올려다보며,고개를 끄덕인다.그는 무심코 생각한다.
혹시,이 기체가 베를린의 싸움에 늦지 않았더라면.
세이버보다도 강력하고,세이버보다도 트리키한 공격을 가능하게 하는,이 MS가 그 때 있었다면.
--어쩌면,자신이 프리덤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신과 프리덤의,그 비극적인 싸움 그 자체를,회피할 수 있지는 않았을까.
혹시 그 때,이 힘이 있었다면--!
[그리고 이쪽 프로비던스의 발전기,레전드에는......레이,자네가 타줘야겠네]
이어진 의장의 말에,아스란은 흠칫 놀란다.
아무래도 이 레전드는,신형 저스티스 이상으로 원형기에서 크게 변화한 모양이었다.
보디는 상당히 슬림해지고,짊어진 원반형 파츠는 2개로 분리되어,아무래도 가동식으로 보였다.
원반,그리고 허리 사이드의 드라군도,여러 가지로 변경되어 있다.
아스란은 생각한다.예전,프로비던스에 타고 있던 남자에 대해.
라우 르 크루제.가면으로 얼굴을 감춘,의문의 사나이.
최초에는,이상한 구석은 있지만 우수한 사관.아스란에게 있어서는,존경의 대상이기도 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그는 적이 되고......이윽고,그가 세계 멸망이라는 야망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최고의 사관이며,최악의 적.크루제가 가지고 있던 양면성은,아스란에게도 아직 완전히 정리가 되지 않은 문제였다.
그 크루제의 마지막 탑승기였던 프로비던스,의 상급기가,이렇게 동료의 기체로 눈 앞에 있다.
확실히 아군이 된다면,이 이상 믿음직한 존재는 없다.적으로 돌리면 이 이상 무서운 적도 그다지 없지만.
아스란은 복잡한 감정을 가슴에 안고,레전드를 올려다 본다.
[제가,다룰 수 있을까요......?]
[괜찮아 레이.라우는 훌륭하게 사용해 보였다.자네가 해내지 못할 리가 없어]
그로서는 드물게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레이에게,듀랜달은 부드럽게 대답한다.
그 대화를,옆에서 듣고 있던 아스란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레이가 물은 것은,아마 취급에 특수한 재능과 기량을 필요로 하는 원격조작병기,드라군에 대해서일 것이다.
하지만--지금의 대화는,대체 어떻게 된 것인가? [라우]라는 것은......크루제 대장 말인가?
마침 그를 생각하고 있던 아스란은,의문을 품는다.
[의장,그건--]
[알겠습니다.그럼 레이 자 바렐,의장의 기대에 보답하도록,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무심코 물어보려 했던 아스란이었지만,곧 자세를 고친 레이의 말에 가로막힌다.
기회를 놓친 아스란은,가벼운 한숨을 쉬며 시선을 피한다.
시선을 피한 방향에서--그는 문득,격납고 구석에,낯선 MS가 한 대 더 있는 것을 눈치챈다.
그렇게 시선이라도 돌리지 않았다면,눈치채지 못했을 심리적인 사각에.
[--왜 그러나,아스란?]
[저건--저 MS는,뭡니까? 저스티스나 레전드와 같은,신형인가요?]
조금 전 말하려고 했던 의문은 삼키고,아스란은 반사적으로 [그것]을 가리킨다.
스포트라이트가 비추어진 저스티스나 레전드와는 달리,반은 어둠에 가려진 1기.
윤곽이나 전체적인 인상을 보는 한,자프트의 양산계열 MS가 아니라,건담 타입의 시작기 계열일까.
등 뒤에는,무언가 날개 같은 것이 보인다.이것도 PS장갑인가,지금은 회색 일색이다.
자신들에게 주어진 2기와는 달리,베이스가 된 기체도 얼핏 보아서는 알 수가 없다.
[아아--저건,'실패작'이지]
[실패작? 약한 겁니까?]
한숨 섞인 듀랜달의 태도에,아스란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건담 타입의 MS는,대부분은 채산을 무시하고 만들어진다.최고급의 시작기,혹은 원오프기다.
기획 시점에서 실패가 허락될 리 없고,또한 어떤 의미에서든 강력한 능력을 갖추고 있을 것이다.
실패작,이라는 평가 그 자체가,보통 일이 아니다.
[아니,약하지는 않아.오히려 강하지,강하다는 정도가 아니야.'최강'이지.
공격력,방어력,기동력,신뢰성.모든 면에서,임펄스 등 세컨드 스테이지의 MS를 크게 상회하지.
단독 전투력,스펙상의 강함이라면,현 시점에서 '최강'이라고 단언해도 좋을 거야]
[그럼,어째서 실패작이라고--]
[저건,'너무 강해']
듀랜달은,질렸다는 듯이 입을 연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겉보기에는 크기도 평범하고,얼핏 보기에도 특히 특출난 무장도 없다.
등 뒤에 무언가 2개,대형 무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만,굳이 말하자면 그것 뿐이다.
하지만,듀랜달의 말로는--
[나는 MS의 개발자들에게,'최강의 MS를 만들어 달라'고 의뢰했지.
MS가 상정하고 있는 모든 거리,모든 국면에 있어서의,항상 최강이 될 수 있는 기체를 만들어 달라,고.
--그들은,충실하게 내 주문에 응해 주었지.하지만 약간,좀 지나쳤던 모양이야]
[?]
최강이자 만능의 모빌 슈트.그것은 모든 사람의 꿈이다.파일럿에게도 군의 상층부에 있어서도,그것은 꿈이다.
어디까지나 그것은 꿈이고,현실에서는 실현 불가능.불가능하기 때문에,여러 가지 시도가 행해진다.
특정한 지형에 전문화시켜 나누어 사용하거나,무장을 환장하는 것으로 상황에 대응하거나,변형 기구도 그런 시도 중의 하나다.
하지만 어디까지 가도 결정타가 보이지 않는 것이 이 문제.
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서,그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든 것인가?
[확실히,완성된 모빌 슈트는 최강이었지.모든 거리에 대응할 수 있고,모든 전투가 가능했어.
하지만--그것에 대응할 수 있는 파일럿이 없었지.파일럿이 따라가지를 못했어]
[파일럿이?]
[저것에 탄다는 것은,그렇군......
내츄럴이 아무런 조정도 없이 코디네이터용 MS를 억지로 타는 것에 가까울까.
반사신경.대 G내성.정보처리능력.공간인식능력.날카로운 직감.그야말로 제 6감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 있어서,우리 코디네이터의 손에는 지나쳤지.최강최악의 난폭마야.
테스트 파일럿 중에는,저격이나 격투 등,특정 특기 분야에 한정해서는 어떻게 대응할 수 있었던 자도 있었지만.
모든 능력을 끌어낸 자는 한 사람도 없어.그런 건 누구라도 불가능하다고,그들은 입을 모아 단언하더군]
[확실히 그래서는,개개의 분야에 특화된 MS를 만드는 쪽이 낫겠군요......]
지나치면 미치지 못한다,라는 것인가.
그들은 복잡한 생각을 가슴에 품고,그 [난폭마]를 올려다 본다.
너무나도 강한 탓에,싸울 수 없는 것,최강이지만,쓸데없는 물건.
그 힘이 느껴지는 실루엣은,어딘가 동시에 외로움도 느끼게 하는 것으로......
듀랜달의 입에서 새어나온 작은 탄식이,바로 그 기체의 모든 것을 가리키고 있었다--
[마치,광대짓이군--!]
--하얀 빛이,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모든 리얼리티가 상실된,꿈 같은 세계에서,그녀는 정신이 들고 보니 혼자.
부드러운 바람에,묶은 머리가 흔들린다.플리츠 스커트가 흔들린다.
[............?]
주위를 둘러본다.
마치,구름 위에 서 있는 것 같은 풍경.
푸른 하늘은 너무나도 눈부셔,태양은 찾을 수가 없다.공기 그 자체가 빛나고 있는 듯,빛에 둘러싸여 있다.
주변의 온도는 춥지도 덥지도 않고,딱 좋은 따뜻함.
[......뭐 하고 있어,마유?]
[이쪽이야,힘들었겠구나]
자상한 목소리를 듣고,소녀는 뒤돌아본다.
어느 틈에 그곳에 있었는지.평온한 미소를 띄운 부부가,그곳에 서 있었다.
[아빠! 엄마!]
[어--이,빨리 오라고,마유--! 같이 놀자--!]
[......마유......이제,무서운 건,없으니까......]
양친의 모습을 확인한 소녀는,계속해서 그들의 등 뒤에서 솟아오르듯 출현하는 사람들을 본다.
아울이,웃으면서 손을 흔들고 있다.스텔라가,안심한 표정으로 미소짓고 있다.
오브군의 군인들이,모두,자상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소녀는,그들 쪽으로 손을 흔든다.눈치채고 보니 그 오른팔도,원래 것으로 되돌아와 있다.
[응--!]
소녀는,달리기 시작한다.웃음을 만면에 띄우고,달리기 시작한다.
행복하게 미소짓는 소중한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조금만 더 가면 손이 닿는--
[----?!]
그것은,당돌하게.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소녀는 넘어진다.
이 빛으로 가득찬 세계에서,발에 걸릴만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그런데도,넘어진다.
소녀는 엎드린 자세로 쓰러진 채,왜 그렇게 되었는지 알고 싶어서,자신의 등 뒤를 돌아본다.
왼쪽 다리가--끊어져 있었다.
2년 전의 그 날,자신의 오른팔을 봤던 날처럼.
악취미적인 농담처럼,자신의 다리가 뒹굴고 있는 광경을 보았다.무릎 위에서 끊어진 다리가,그곳에 있었다.
피는 나오고 있지만,아픔은 없다.어쩌면,아픔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을 뿐인가.
이래서야 넘어지는 게 당연하잖아--소녀는 묘하게 침착한 기분으로,납득한다.
[--그런가,마유는 아직 올 수 없는 건가]
[--아직 끝낼 수 없구나,이 아이는]
지켜보는 사람들의 웅성거림이,마유의 귀에도 들어온다.그녀는 엎드린 채,그들을 올려다본다.
조금만 더 가면 닿을 듯한 거리,그녀의 소중한 사람들은,모두들 어딘가 외로워 보이는,하지만 평온한 표정을 하고 있다.
[아직 세이란 삼위에게는,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는 거겠지]
[미안하군,우리들의 뒷처리를,자네같은 젊은이에게 떠넘기게 되어서]
[잠깐만! 기껏 만났는데! 나는,나도--!]
바바 일위가,토다카 일좌가,소녀를 [거절]하는 말들을 흘린다.
외다리의 소녀는,그래도 필사적으로 일어서려 하지만--그러는 도중에,오른팔이 연기처럼 사라진다.
소녀는 갑자기 균형을 잃고,다시 넘어진다.
보면 오른팔도 또한,상완부에서 끊어져 있다.소매 너머로도 알 수 있는,익숙해져 버린 둥근 끝부분.
[가지 말아요! 나만 두고,가지 말아요!]
소녀는 울기 시작한다.눈물이 흘러나와,시계가 흐려진다.
무언가 결정적인 선이 끊어져 버렸다는 것을 직감하고,그녀는 슬픔을 삼킨다.
모두들,멀어져 간다.기껏 만난 소중한 사람들이,멀어져 간다.
[......부탁이,있어]
문득 들린 목소리에,울고 있던 소녀는 얼굴을 올린다.
흐려진 시계 너머로,그건 누구였을까?
한 사람의 여성이,그녀 바로 옆에 앉아 있었다.떠나가는 사람들 무리를 따르지 않고,혼자서 남아 있었다.
어디선가 본 기억은 있지만--이름이 생각나지를 않는다.어쩌면,이름 같은 건 처음부터 듣지 않았었던가?
짧은 붉은머리의,언니.
[신을,도와 줘,그를,구해 줘.
분명히 그 녀석,지금쯤 허둥거리면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을 테니까--]
[오빠,를......?]
[신 녀석 언제나 강한 척만 하는 주제에,묘하게 약한 면이 있거든.뭐,그런 점이 귀엽지만--]
어딘가 씁쓸한 웃음 섞어 말하는,붉은머리의 여성.그런 그녀도,그녀의 목소리도,급속하게 흐려지기 시작한다.
그대로,세계는 하얀 빛에 물들어 간다.
소녀의 의식도 급격하게,[저편]으로 되돌려진다--
......눈이,내리고 있었다.
하늘에서,하얀 눈이 내리고 있다.
춤추며 떨어지는 눈송이를,누워서 올려다보며......그녀는 어렴풋이,눈을 뜬다.
여기는,어딜까.
그 뒤로,어떻게 되었을까.
아직 안개가 낀 듯한 의식.꿈과 현실의 경계가,애매했다.
세계는,주위의 풍경 그대로,하얗게 흐려진다.
하얗다.모든 것이 하얗다.
눈이 내리고 있다.하얀 눈이 내리고 있다.
하지만,몸은 따뜻하다.주위는 봄처럼 따뜻하다.
누워 있는 몸을 따뜻하게 감싸는 것은,내려쌓이는 눈이 아니라,하얗고 청결한 침대.
눈이 내리는 외계와 따뜻한 방을 차단하는 것은,유리장식이 된 벽과 지붕.
유리 지붕에 내려 쌓이는 눈이,천천히 녹아서,눈 내리는 하늘이 드러난다.
눈은 계속해서 내리고,커다란 집의 넓은 정원,그 정원 안,한가운데.
--그곳은,온실 안에 놓인,커다란 침대.
누워 있는 소녀의 형태대로,시트가 살며시 올라와 있지만......
그 윤곽에는,갖추어져 있어야 할 것이 갖추어져 있지 않았다.
상완 절반쯤에서 잘려나간,오른팔의 윤곽.
허벅지 반쯤에서 잘려나간,왼쪽 다리의 윤곽.
소녀는--지금 있는 장소가,눈에 반쯤 묻힌 온실 안이라는 것을 인식하고도,여전히 현실감이 없는 이 광경에 아연해 있었다.
조용했다.따뜻했다.하얗다.아름다웠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환상적인 광경에--계속되는 꿈이라고밖에,생각되지 않았다.
[......어머 어머,눈을 뜨셨나요?]
[걱정했다구.계--속 잠들어 있었으니까]
갑작스럽게,침묵이 깨진다.
온실과 저택을 잇는,온실과 마찬가지로 유리로 된 복도.
그곳을 건너,온실에 얼굴을 내민 것은--
[기분은 어떤가요,마유 아스카 씨]
[마유에게는 여러 가지로 고생만 시켜버렸군,그 날부터,계속]
[테얀데이! 하로하로~! 너,잘 있냐!? 하로,라크스!]
[............]
휠체어 위에서 미소짓는,분홍색 머리의 여성.꽃잎을 겹친 모양의,금색 머리장식.
그 휠체어를 미는,척안의 남자.미미하게 감도는 커피 향기.
그들의 주위를 튀어다니는,장소에 어울리지 않게 떠들썩한 분홍색 구체.
그것들의 모습을,머--엉하니 바라보면서......
마유는,자신이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그제서야,이해했다.
눈에서,한 줄기 눈물이 흘러나온다.
사투의 무대에서 북해 건너편,스칸디나비아 왕국.
과거,클라인 일족이 플랜트로 이주하기 이전 살았던 구 저택.
모든 것을 감싸듯이,눈이 내린다--
제 23화 [ 그녀의 진실 ] 로 계속
원저자 코멘트
--이렇게 되어,마유 생존,신 리타이어.그 분홍색 그녀도(많은 분들이 예상하신 대로)생존 확인......
이번회엔 전투가 없습니다.지금까지 조금 하드한 전투가 계속되었기에,약간 휴식이라는 걸로.
수중용 미스트랄
적당한 존재가 없었기에,오리지널 기를 내보냈습니다.내츄럴이라도 간단하게 탈 수 있는 수중용 기체입니다.
원래의 미스트랄에는,시드의 유니우스 세븐에서 얼음덩어리를 회수할 때,헬리오폴리스의 학생들이 타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아스트레이의 [키메라]의 소체,라고 말하는 쪽이 알기 쉬울지도 모르겠군요.
우주세기의 [수중용 볼]처럼,추진기를 수중용으로 바꾸는 등,마이너 체인지를 했을 뿐입니다.
수염 난 해군 사관
완전히 오리지널 캐릭터입니다만,뭐 연합군도 악인만 있는 건 아니라는 걸로.
좋은 사람이지만......이런 성격이라면,출세는 못 하겠지......
사이 아가일
이렇게 되어,정커가 되었습니다.왜인지 본편에 나오지 않았기에,멋대로 그 이후를 설정.
사람은 좋기에,연합군 병사와도 양호한 관계를 맺은 모양.덤으로 배에는 다른 정커 동료도 있습니다.
여러 가지로 설정이나 배경도 있습니다만......이야기상 관계없기에 대폭 삭제,그 나름대로 농후한 2년을 보내 왔습니다.
인피니트 저스티스
순정 자프트제라는 것 이외에는,거의 본편 그대로입니다.형번의 마지막만,A가 아닌 S로 했습니다.엔진도 다르려나.
어떻게 생각해도,아스란을 위해 준비한다면 레전드가 아니라 이쪽이겠지요.
클라인 가 구 저택
시겔이 이 나라 출신,이라는 것은 공식설정입니다만.이 구 저택 그 자체는 척완 오리지널 설정입니다.
외견적으로는,플랜트에 있었던 클라인 저택을 거의 그대로 눈 속에 이식한 것이라고 생각해 주십시오.
세세한 점으로는,추위 대책으로 창문이 2중으로 되어 있거나,난로용 굴뚝이 있거나 합니다만.
온실의 침대는 원래부터 있던 것이 아니라.나중에 마유를 위해 옮겨온 물건입니다.
다음 회,총집편,이라고 해도,시드 시대를 메인으로,유우나 총집편에서 놓친 부분을 중심으로.
어떤 인물의 과거,그리고 그 내면에,독자적인 해석으로 깊숙하게 파고들어 보려고 생각합니다.
다음회야말로,이 척완 마유 이야기의 어떤 의미로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만......과연 어떻게 될지.
같은 사이트의 대표작 중 하나였던 팬텀 페인 전기는 독자 블로그까지 만들어 부활중인데,본작은 부활하지 않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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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발이 휘날리는 북해상.미끄러지듯 나아가는 미네르바 안에서는--
모함으로 귀환한 신을,정비병들이 박수와 환성으로 맞이했다.
상처투성이인 임펄스에서 내려온 그를,모두가 둘러싼다.
[여어,해냈구나 신!]
[아니,정말 대단해.그런 전법이 있다니]
[수고했어! 이건 틀림없이 훈장감이야!]
모두들,강적의 격파에 웃음짓고 있다.원수를 갚은 것을 기뻐하고 있다.
그들도--기체의 정비를 맡는 자로서,책임감을 가지고 있던 것이다.
프리덤에게 입은 피해,그 책임의 일부를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루나마리아의 죽음에 대해서는,그들은 지금도 여전히 격렬한 후회를 안고 있다.
그러니--자신들이 필사적으로 정비해온 임펄스의 승리를,실로 자기 자신의 일처럼 솔직하게 기뻐한다.
너덜너덜해진 것은 좀 아쉽지만,또 열심히 고치면 되는 것이다.
[계책이 제대로 맞아들어간 모양이군,신]
[고마워.레이의 분석 덕분이야!]
하얀색과 붉은색이 섞인 자크에서 내려온 레이도,신을 칭찬한다.
그의 자크도 또한 피탄당해,이번에는 왼팔을 어깨까지 잃어버렸다.유클리드와의 격전의 흔적이다.
두 사람은 굳은 악수를 나눈다.서로,깊은 신뢰로 가득한 시선을 나눈다.
신은 주위의 모두를 둘러보고는,다시 머리를 숙인다.
[레이만이 아니야.하이네도,아스란도,메이린도,정비쪽의 모두들도.
이건,모두의 힘이 있었기에 얻은 승리야.절대로,나 하나의 힘이 아니야.
모두들......정말 고마워......!]
[머리를 숙일 필요는 없어.해낸 건 바로 너야]
[그래--그래--.언제나의 자신 가득찬 태도면 된다구,신은 말야!]
[정말 어떻게 된 거야,언제나의 광전사는? 이쪽까지 페이스가 흐트러지잖아]
드물게도 솔직하게 감사를 표하는 신에게,레이도,정비쪽의 면면들도 역으로 창피해진다.
아부도 다른 무엇도 없이,신을 추켜올린다.솔직하게,신의 능력을 찬탄한다.
되돌아 보면,아모리 원의 습격사건에서 시작된,이 미네르바의 격전의 여로.
인연 깊은 팬텀 페인의 면면들.그들과 미네르바와의 인연에,도중에 프리덤도 깊숙이 끼어들고--
최초에는 아군.이윽고 그 사이는 끊어지고,씁쓸한 대립을 겪고,가장 증오스러운 적으로 변했다.
말하자면--이 승리에 의해,개전 이래 미네르바를 따라붙어온 라이벌과의 인연이,전부 결판이 난 것이다.
이쪽도 잃어버린 것은 적지 않다.수많은 희생도 나왔다.
하지만,최종적으로,이긴 것은 그들이다.
그런 그들이,반은 들뜬 듯한 고양감에 취해 있는 것은,어찌보면 당연할 것이다.
그들의 길고 괴로웠던 싸움은,그들의 승리로 막을 내리고--
[--신! 너!]
--그것은,당돌하게.
격납고에 가득한 밝은 분위기를 깨부수는,엄한 목소리로 외친 것은--
아스란 자라였다.
벽에 손을 짚고 거친 숨을 쉬며,얼굴에는 식은땀이 배어 있다.
맨발에,상반신 나체.가슴에는 압박붕대가 여러 겹으로 감겨 있지만,거기에조차 희미하게 피의 흔적이 보인다.
아스란은,신의 고생을 칭찬하려고도 하지 않고,엄한 눈으로 그를 노려본다.
하지만 고양되어 흥분해있던 신은,그의 눈초리도 몸 상태도 눈치채지 못하고,그 표정 그대로 아스란에게 가까이 온다.
[아스란! 상처는 이제 괜찮나요!?
꽤 걱정했다구요.하지만,생각보다 가벼운 상처였나.그럼 잘 됐네요]
[신......! 너......너는......!]
신은 아무런 비아냥도 없이,아스란의 몸을 걱정한다.
모든 짐을 내려놓은 듯한,깨끗한 표정.지금까지 본 적이 없었던,밝은 미소.
그곳에는,광견,광전사라고도 불렸던 전투광의 흔적은,전혀 없다.
그런 신의 표정에--아스란은,주저한다.동요한다.혼란스러워한다.
대체,뭘 어떻게 말하면 좋은 것인가.어쩌면,어떻게 감추면 좋은 것인가.
이런,행복해 보이는 신을 앞에 두고--
아스란의 눈 앞에서,세계가 회전한다.신의 미소가,마냥 밝은 미소가,눈 앞에서 일그러진다.
무리한 탓에 상처가 벌어져,붕대의 핏자국이 천천히 넓어져 간다.빈혈이 일어난다.
의식이 몽롱해진다.생각이 제대로 정리되질 않는다.주위의 목소리가,마치 메아리처럼 울리는 것 같다.
[아스란이 제안한 전법,임펄스의 파츠 자폭에 휘말리게 하는 작전도,써 봤어요.
꽤 효과가 좋았다구요--덕분에,원수를 갚았다구요! 세이버의 몫까지!]
신은 아스란에게 가까이 와서,자랑스럽게 보고한다.실로 밝은 미소.
그것이--그 한 마디가,그 표정이,드디어 인내의 한계를 넘겨버렸다.이젠,견딜 수가 없었다.
[신......너란 녀석은!]
퍽.
발작적으로 나간 주먹이,정면으로 신의 안면에 들어간다.격납고에 타격음이 울린다.
하지만--얻어맞은 신보다도,오히려 때린 아스란의 몸 쪽이,비틀비틀 무너진다.
코피 하나 터지지 않은 신이 아연하게,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로,그래도 반사적으로,아스란의 몸을 안아 부축한다.
주변을 둘러싼 정비볌들도,아연한 채로,뭐가 어떻게 된 건지,알지 못한다.알 수 있을 리가 없다.
[뭐......대,대체 무슨 짓을!?]
[원수라고......그게,원수라고!?]
신에게 안긴 채로,아스란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작은 목소리로 외친다.
신의 양 어깨에 손을 대고,몸을 붙잡는다.어깨 살에,아스란의 손가락이 아플 정도로 파고든다.
[그건--프리덤에 타고 있던 건,네 여동생,마유 아스카야!!]
[하--!?]
[그건,2년 전의 전쟁에서 한 팔을 잃고! 양친을 잃고! 오빠마저도 잃어버린 줄 알았던......네,여동생이라구!]
[잠깐,무슨......! 노,농담에도 정도가 있......!]
[어떤 인연으로 세이란의 양녀가 되고,어떤 경위로 프리덤에 탔는지까지는 모르지만......
--너와 마찬가지로 싸움을 계속해 왔던,네 여동생이라구!]
눈물을 흘리면서,떨리는 목소리로 외치는 아스란.
지금까지 승리에 취해있던 격납고는,한순간에 조용해진다.
--단풍잎이 떨어지는 곳에서 놀던 두 사람.예전부터 사이가 좋았던 남매.2년 전의 오노고로 섬의 비극.
유니우스 세븐에서의 해후.오브 군항에서 끼어든 회색의 프리덤.오브 만 해전.카펜타리아 만.
로드니아의 연구소.수에즈 만.베를린.그리고,북해에서의 결전--
여동생과의 기억이,그리고 프리덤과의 싸움의 기억이.한순간에 신 안에서 되풀이된다.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머리로 결정짓고,증오에 사로잡혀 눈을 돌렸던,사실들의 부합.
싸움이라는 [최고의 커뮤니케이션]속에서,느끼면서도 무시해 버렸던,그 위화감.
승리를 눈 앞에 두고,[목숨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던 자신의 말을 밟아버리고,자기 자신의 목숨에 거짓말을 해 버린 자신.
[확실히,그 녀석에겐 쏠 만큼의 이유가 있었어.프리덤은,우리의 적이었지.
하지만......하지만! 네가 쏴서는,안 되는 상대였다고!]
[그럴,수가......!]
마지막 외침과 함께,아스란은 쓰러진다.모든 기력을 소모해버린 아스란은,그 자리에서 의식을 잃어버린다.
신은,그런 그를,신경 쓸 여유도 없이.멍하니,입을 벌린 채--
푹 무릎을 꿇으며 주저앉는다.격납고 한가운데,기절한 아스란 바로 옆에,무릎을 꿇었다.
정비병이,레이가,둘의 이름을 부르지만--그 모든 목소리가,신에게는 아득히 멀고--
신은,[전사로서의] 신 아스카는,이렇게 [끝났다]
마유 -척완의 소녀-
제 22화 [ 그리고,아직 끝나지 않는 세계 ]
부글......
어두운 바다에,거품이 천천히 올라간다.눈보라가 치는 바다도,그 해면 아래로 내려가면,실로 조용하다.
어두운 바다 속,라이트 2개가 나란히 불빛을 밝히고 있다.
스스로 라이트 주위를 비추고,길다란 암을 뻗는 잠수정.
아니--이것은,잠수정이 아니다.수중작업용의,MA다.
우주에서는 일반적인 작업용 MA,미스트랄을 수중에서 쓸 수 있도록,사양을 변경한 것이다.
그 라이트 사이에는,육각 너트 모양을 한,황색과 검은색의 육각형 마크,정크길드의 정식 넘버의 증표.
바다 속,미스트랄은 암으로 거대한 덩어리를 붙잡는다.미스트랄 자신에게도 필적하는,거대한 금속 덩어리.
미스트랄의 등 뒤에 달린 거대한 상자에 넣으려 하지만,들어가지 않는다.상자보다도 크다.
어쩔 수 없이 정커의 미스트랄은,그 덩어리를 안은 채,해면으로 돌아간다.
--잘 보면,그 상자 안에는,이미 MS의 팔이나 다리의 일부 같은 것이 들어 있다.
해면에는,붙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2척의 배가 있었다.한쪽은 정크길드의 깃발을 내건 배,다른 한쪽은,연합군의 배.
정크길드의 배는 선저에 커다란 입구가 열려 있어,수중용 미스트랄이 직접 선내로 돌아갈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주운 화물을 안은 채,작업용 MA는 배 안으로 들어간다.
해수와 함께 들어가고,입구가 닫혀,천천히 물이 빠져나간다.
[--어때,꼬마! 찾던 물건은 찾았나!?]
[예! --아,아니,저,그게......차,찾지 못했습니다......]
배에 회수된,미스트랄의 콕핏 안,청년은,일단 무심코 대답하다가,서둘러 말끝을 흐린다.
화면 너머에 비치는 것은,연합의 사관,옆 배의 통신이다.
사람 좋아보이는 미소를 띄운,사람 좋아보이는 수염을 기른 남자지만,출세와는 인연이 없는 타입이라고도 생각되는 분위기.
[뭐,괜찮아,괜찮아.그쪽 사정도 알고 있으니까.
--그럼,위에는 '찾아내지 못했다'라고 보고해 두지.해류에 흘러가 버린 모양이다,라고 말야]
[......정말,죄송합니다]
[괜찮다니까! 알스터 씨에게는,갚지 못한 은혜도 있으니까!]
[아니,이제 저는 '그녀'와는......애초에,'그녀'는,이미......!]
[--알고 있어.하지만 이것도 무언가의 인연아다.지금이 어떻다 하는 이야기가 아니야.
무엇보다 난,꼬마가 마음에 들어버렸으니까! 빌어먹을 블루 코스모스인 지금 상관보다도 말야!]
화면 속,크게 입을 벌리고 웃는 수염난 얼굴의 사관.
청년은--색이 들어간 안경을 낀 청년은,그의 마음 씀씀이에 고개를 숙인다.
[뭘,상층부가 필요로 하는 건,'일단 찾아는 봤다'라는 구실뿐이야.
정말로 구할 생각이 있다면,정크길드가 나오기 전에,직접 MS부대를 내보내서 바다속을 뒤졌겠지.
그러니까 꼬마,얼른 가 버리라고.그 상자를 열기 전에 가 버려.
이쪽도 임무상,아군 병사가 찾아내면 회수해야만 하니까]
[정말로......감사합니다]
정커 사이 아가일의 말에,수염난 남자는 장난기 가득한 얼굴의 윙크로 대답한다.
두 척의 배는,헤어져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청년과 수염난 남자는,다른 방향으로 향한다--
--미네르바는 나아간다.북해를 빠져나와,북대서양을 나와,그대로 대서양을 남하.
지중해의 입구,지브랄탈 기지에 도착한다.
해상에 떠 있는 활주로를 중심으로 한,커다란 기지.지금은 이미 흔들림 없는 자프트의 일대 거점이다.
[후우--,피곤하군요 함장.여기까지 오면 드디어 한숨 돌린 참일까요]
[그렇다고 해도......혼잡한걸.무언가 대규모 작전이라도 시작할 생각일까,길버트는......]
아서를 무시하고 탈리아가 중얼거린 대로.지브랄탈 기지에는 수많은 함선이 북적거리고 있었다.
MS도 많이 모여 있는 듯,수송기에 차례차례 내려오는 모습이 보인다.
특히 눈을 끄는 것은,푸른색 일색의 MS들.예전 하이네가 타고 있었던 구프 이그나이티드의 양산 버전이다.
만신창이의 미네르바는,병사들의 환호성을 받으며,
기지 항구로 입항해 간다--
미네르바가 입항하는 바로 그 상공을.
1기의 소형 비행기가,지브랄탈 기지로 들어온다.
그 기내에는,한 사람의 남자가 통신기를 마주보고--
[--그런가,잘 해주었다 베리니.제 1진의 테스트는,성공인가]
[아직 성공률은 낮습니다.역시 '블록 워드'가 없으면 안 되는 모양이군요.
2명 정도,조정이 불필요한 타입의 성공예도 나왔습니다만......역시,총합 능력이 떨어집니다.
기껏해야 하프 코디네이터 정도의 능력이 아닐지]
[......그래서는 써먹을 수가 없군.뭐 하프 정도라도,재능의 방향성과 노력 나름이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은 '코디네이터급의 존재'다.누가 봐도 그걸 알 수 있는 존재야.
이후에는 기본적으로,블록 워드를 쓰는 방향으로 진행시키게.
......그래서? 당장이라도 쓸 수 있는 성공예는,있나?]
[1명,괜찮게 성장한 자가 있습니다.본인의 의욕이 높은지,MS조종훈련에서 대단한 성과를 올린 자가.
현재 이미 최종조정에 들어갔습니다.가까운 시일내에 실전투입이 가능한 레벨이 되겠지요]
화면 너머에 있는 것은,금발의 여성 연구원.백의 위에 세로 롤머리가 흔들린다.
그녀의 보고에,검은 장발의 남자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건 믿음직하군.그럼,슬슬 이쪽도 준비를 해 두지. --아,그리고]
[뭐지요?]
[자네가 이전,제안했던 '오버 익스텐디드'계획 건 말인데--
어쩌면,마침 좋은 '소재'가 들어올 지도 모른다.
혹시 그렇게 되면,이것도 그쪽으로 보내기로 하지]
[감사합니다,의장]
[뭘,그것도 이것도,모든 것은 우리의 미래를 위해,모든 것은 '데스티니 플랜'을 위해서야--]
길버트 듀랜달은,그 단정한 얼굴에 빙그레 미소를 띄운다.
그를 태운 비행기는,지브랄탈 기지에 착지한다.
--지브랄탈 기지에서 보면,지구의 반대편.
오브 연합 수장국 행정부,대표 수장 집무실,아니 대표 수장 대리 집무실--
[--유우나,있나? ......오오,여전한가]
무언가 서류를 한 손에 들고 방으로 들어온 것은,우나토 에마 세이란.정수리에는 한 줄기의 상처자국.
어두운 방 안,그는 흩어진 쓰레기를 피하면서,벽에 웅크리고 있는 그림자에게 가까이 간다.
그렇다--방은,예전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던 집무실은,완전히 헝클어져 있었다.
부서진 집기류가 흩어져 있고,휴지조각이나 먹다 만 주먹밥 따위가 난잡하게 흩어져 있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항아리가,반쪽으로 깨져 방 한구석을 뒹굴고 있다.
이름있는 화가의 그림이,던져진 잉크병에 그대로 커다란 얼룩이 생겨,기울어진 채 벽에 걸려 있가.
불을 켜려 해도,전등조차 대부분이 깨져 있는 듯--
그런 엉망진창인 방 안,청년은 벽에 등을 기대고,무릎을 끌어안고 있었다.
새 고급 정장은 완전히 구겨지고,항상 단정히 정리되어 있던 보라색 머리는 흐트러진 그대로.
제대로 식사도 하지 않은 것인지,그 뺨은 푹 들어갔고,턱에는 아무렇게나 수염이 자랐다.
향수를 빼놓지 않았던 그의 몸에서는,며칠이나 씻지도 않았는지,쉰 냄새까지--
[유우나.어이 유우나]
우나토는 일단 불러보지만,그는 대답하려 하지 않는다.
무릎을 끌어안은 채,멍한 눈으로,바닥을 바라보고--
[정말이지,어쩔 수 없는 녀석이군.적당히,받아들이는 게 어떠냐.
연합군이 기지를 빌리는 건으로,의회를 통과시키는 데 대표 대리의 결재가 필요한데......내가 찍는다?]
[............]
우나토는 일방적으로 묻고,반응이 없는 것을 보자 집무실의 책상으로 향한다.방해물을 피하면서.
더럽혀지지 않은 자리를 찾아 서류를 두고,책상 위에 내팽개쳐져 있는 대표 대리의 도장을,멋대로 찍는다.
[......싶었어]
[응?]
문득,우나토는 무언가 들린 듯한 느낌이 들어,뒤를 돌아본다.
보면 유우나가,여전히 멍한 얼굴 그대로,입술을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여동생이 말야......여동생이,계속 갖고 싶었어......어릴 적부터,계속 갖고 싶었다구......]
[호오,그런가.잘 됐잖은가,짧은 사이라고 해도 여동생이 생겨서.실로 꽤나 도움이 되어주었지]
[나는......계속 카가리에게 의지하지만 했었으니까......내게 의지해 주는 여동생이,갖고 싶었다구......]
우나토의 혐오스러운 말도,들리지 않는 듯.연연히,중얼중얼,유우나는 중얼거린다.
공허한 눈에서,눈물이 흐른다.
수에즈 만에서 파견함대 괴멸,그 직후의 동요가 수습되자--그는 단지,기다리고 있었다.
카가리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을.그녀의 무사를 믿고,그녀의 악운을 믿고.
하지만,이틀이 지나고,사흘이 지나고,이윽고 일주일이 지나도 아무런 보고도 없이--
그런 차에 들어온,프리덤 격추 소식.카가리와 마찬가지로,마유도 또한 연합군에게 버려졌다는 사실.
--이것이,결정타가 되었다.
소중한 여성 두 명의,사실상의 사망보고.어떤 의미로,그 자신이 죽였다고도 할 수 있는 두 개의 비극.
그 자책감이,유우나의 절대로 강인하다고 할 수 없는 정신을 산산조각냈다.
그는 일체의 직무를 방치하고--아니,일체의 직무를 수행할 힘을 잃고,완전히 폐인이나 마찬가지인 상태가 되어--
그리고--지금 오브의 정치는,재상인 우나토가,원하는 대로 하게 되었다.
유우나가 만들어낸 우수한 관료조직을 자유롭게 사용해,연합의 압도적인 힘을 배경으로 의회를 움직여.
세이란 가에 반발하는 자들도,카가리라는 심볼을 잃어,그 중심점이 빠져,그를 막을 힘은 없다.
지금 여기에 우나토가 온 것도,오브군의 기지를,연합군이 이용하는 수속을 위해서다.
동맹 체결시에는 [함대를 파견하는 대신 기지이용 등은 일절 요구하지 않는다]고 약속했는데도 불구하고--
[--이거면 됐군.그럼 또 오마,유우나,적당히 그만 잊어버려라]
[......여동생이......갖고,싶었어......]
유우나의 중얼거림은,아무에게도 닿지 않는다.
우나토는 폐허로 변한 집무실을 뒤로 하고,문이 천천히,닫힌다--
[아하하하하......! 이쪽이야 이쪽!]
[정말,잠깐만 오빠! ......우후후......!]
--꿈 속에 울리는 것은,천진난만한 웃음소리.
단풍이 진 리조트.둘이서 술래잡기를 하고,나무에 숨고,마주보며 웃는다.
그녀가 빙글빙글 돌 때마다,그 카디건이,플리츠 스커트가,묶인 머리가 흔들린다.
[오빠......]
[응?]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고,오빠를 올려다보는 소녀.
다음 대사는 이미 알고 있다.[오빠 정말 좋아!]다.그도 정말 좋아해,라고 미소를 짓는다.
소년은 기대를 안고,그 대사를 기다리지만--
[오빠......오빠,오빠 때문에에에에!]
주위의 세계가,급속히 색을 잃어버린다.급격히 풍경이 바뀐다.
휘날리던 단풍은 하얀 눈이 되고,조용한 가을 고원은 추운 겨울 바다로 바뀐다.
그리고,사랑스러운 여동생의 모습은--
여동생의 환영과 맞바뀌듯이 출현한 것은,프리덤.푸른 날개의 악마.
그들의 적.원한 깊은 원적.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제악의 근원.
청년의 마음이,한순간에 격정으로 물든다.
[프리덤......! 너......너 때문에에에에!]
어느 틈엔가 그 자신도,기계의 몸체,엑스칼리버를 든,포스 임펄스.
프리덤과 임펄스는,얼어붙은 바다 위에서,격렬하게 부딪치고--
손에 든 거대한 검이,프리덤의 배를 훌륭하게 꿰뚫는다.확실한 손의 감촉.그의 얼굴에 웃음이 떠오른다.
[해냈어......해냈다구 루나......! 하하하핫......!
[......오,오빠......어째서......!]
[!!]
그의 고소는--흔들리는 소녀의 목소리에 끊어진다.
주위는 어느 사이엔가,눈 내리는 북해에서 단풍잎이 휘날리는 고원으로 돌아와 있다.
프리덤도 없고,임펄스도 없아.그 2기와 같은 간격으로,끌어안듯이 마주보고 있는 남매.
그리고--그의 손을 천천히 적시는,붉고 뜨거운 액체.
어느 틈엔가 그런 것을 들고 있었는지,흉악한 광채를 발하는 일본도가,그의 손에 쥐어져 있고--
그 칼날은 여동생의 배를 관통해,등 뒤로 삐져나와 있다.조용한 풍경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처참한 광경.
[이,이럴 수가......나는,나는......!]
[너무해......오빠,너무해......!]
[아,아냐! 나는 몰랐어! 서,설마,이런 일이 될 줄은......!]
[내 소중한 사람들을,모두 죽이고......! 나까지,죽이고......!]
낭패하는 소년.치명상을 입은 소녀는,고꾸라진 채로,거친 숨을 몰아쉬면서,하지만 담담하게 중얼거린다......
그녀의 얼굴이,천천히 위로 들어올려진다.칼에 꿰뚫린 그대로,신을 노려본다.
그 입가에서 피가 흐르고,그 눈은 증오에 물들여 치켜올린,실로 무서운 모습으로.
[용서 못 해......! 절대로,용서 못 해......!]
[우,우아......마,마유우우우우!!]
[마유우우우!!]
--절규하면서,청년은 깨어난다.
그곳은,미네르바의 방.흐트러진 실내.유우나의 집무실에도 뒤지지 않는,헝클어진 모양.
침대 위에서--신은,몇 번이나 반복되는 악몽에,거친 숨을 몰아쉰다.다시 침대 위로,쓰러진다.
얼굴을 감싼 양 손 사이에서,이미 말라 버렸다고 생각한 눈물이,다시 흘러나온다.
[마유......! 젠장,어째서 네가......! 미안해 마유......!]
그는 침대에 누운 채.언제까지나,언제까지나,혼란스러운 절규를 반복한다......
--지브랄탈 기지의,일실에서.
듀랜달 의장은,금발의 청년을 맞이했다.
[여러 가지로 수고했군,레이]
[아니오,괜찮습니다,길.이것도 제 일이니까요]
[그래서--몸은 좀 어떤가? 약은 충분한가?]
[아직,괜찮은 것 같습니다.걱정 마시길]
임시 의장 집무실 한 구석.그는 레이에게 자리를 권하고,홍차 세트를 가져온다.
소파 깊숙히 몸을 가라앉히는 의장.한편 레이는,약간 얕게,자세를 무너뜨리지 않고 허리를 내린다.
[그래서--역시 안 되겠나,신은]
[예상 이상으로 여동생의 존재가 컸던 모양입니다.그 이전에도 위험한 징후는 있었습니다만]
담담하게,레이는 이야기한다.[친구]라고 인식하고 있는 동료에 대해,냉정하게 분석하고 벗겨낸다.
[그는 원래,스스로를 '전쟁의 피해자'로 규정하는 것에 의해 자신을 정당화하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자신이 당했으니까,되갚아 줘도 된다--마치 어린아이의 논리 같습니다만,그만큼 강력하지요.
'광견'이라고까지 불리던 가열찬 태도 뒤편에는,그런 무의식적인 자기 기만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흐음.누구라도 빠지기 쉬운 실수이긴 하지만]
[하지만,최근의 그는,'적의 기분을 알겠다'같은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마다 각기 다른 싸우는 이유가 있다,라거나.사람마다 각기 정의가 있는 것이다,라거나.
하지만,그것을 눈치채 버리면......그의 어린애 같은 자기변호는,붕괴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 너머에서 다시 싸우는 이유를 찾아내 주면 좋았겠지만,그는 거기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나]
[조금만 더 시간이 있으면,어쩌면......타이밍이 나빴다,라고밖에 말할 수 없겠군요]
[여동생과 만나 버린 것이 불행이라는 건가--]
[그 여동생을 포함한 가족의 죽음이야말로,그의 원점이었으니까요--]
이제 바로 막 한 꺼풀을 벗으려 하던 바로 그 때,맞닥뜨리고 만 최악의 비극.
탈피가 완료되면 더욱 강해졌을 지도 모르지만,탈피는 가장 무방비한 때이기도 하다.
듀랜달은,레이의 분석에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긴다.
한동안 생각하다가--홍차를 한 모금 마시고,결단을 내린다.
[하지만,그 여동생도 지금은 없다.시점을 바꾸어 보면,이제 그를 속박하는 것은 없어.
--신은,일단 미네르바에서 내리게 하지]
[미네르바를?!]
[수에즈로 보낸다.그곳에는 지금,'전문가'가 있으니까.
신 아스카,'배신자 프리덤'을 쓰러뜨린 자프트의 영웅은,지금은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야.
망가진 채로 놔둘 수도 없지.
그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든......빨리 '고쳐서'전장에 복귀시키지 않으면,내가 곤란해--]
지브랄탈 기지,군 병원.
수많은 간호사와 의사,그리고 자프트 병사들이 오가는 병동 개인실에서.한 사람의 청년이,문병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런가.신도 결국,입원인가--]
[수에즈 기지에,실력있는 정신과 의사가 와 있다던가요......
바로 조금 전,비행기에 타고,출발해 버렸어요......]
침대에 걸터앉아,붉은 군복 웃옷 소매에 팔을 끼우고 있는 것은,아스란 자라.혈색도 얼마간 좋아졌다.
문병을 온 것은 메이린 호크.평소의 녹색 군복이 아니라,꽤 평범한 사복 차림이다.
그 뒤로 다시 의무실로 보내져,다시 긴급수술을 받은 아스란은.
지브랄탈 기지에 도착한 뒤,마취로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곧 이 병원으로 옮겨졌다.
심신의 회복이 진행된 뒤--그 때,신에게 저질러 버린 진실의 폭로를,심하게 후회했지만.
그래도,내뱉어버린 말은 주워담을 수가 없다.그가 할 수 있는 일은,그 뒤의 신을 걱정하는 것 뿐이었다.
[아스란은,이제 괜찮은가요?]
[아직 격렬한 운동이나 MS탑승은 허락받지 못했지만,약간 억지로 퇴원허가를 받았지.
신 일도 있으니,빨리 나가고 싶었지만......그런가,수에즈인가......]
재빠르게 퇴원 준비를 하면서,아스란은 중얼거린다.수에즈 기지는 같은 우군 기지라고는 해도,제법 멀다.
아스란 자신이 말하는 대로,사실은 그도 아직 퇴원이 허락될만한 상태가 아니다.
그래도 누워 있을 수는 없다,라고 반은 억지로,페이스 특권까지 이용해서,조건부로 퇴원을 인정받은 것이다.
하지만......그것조차도,지금의 신의 상태에는,조금 늦은 모양이다.깊은 한숨이 새어나온다.
[어째서일까.나는,언제나 그래......언제나,너무 늦어......]
[아스란......]
[--메이린은,정말로 함을 내릴 거야?]
[예,예......어제,후임 아비 씨에게 인계를 끝마치고.
함장이 힘써준 것도 있어서,오늘 아침부터는 이미,민간인 신분이에요.
군적을 떠나니,여러 가지로 번거롭네요.아스란 문병을 오는 것도,수속이 복잡해졌어요]
당돌하게 자신 쪽으로 돌아온 화제에,메이린은 당황하며 대답한다.
자신 한 사람만,군무엣 해방되어 자유가 되어 버린 그녀.하지만 이제부터 대체,무엇을 하면 좋은 것일까?
[이제부터 어쩔 거야? 일단 플랜트로 돌아가나?]
[아니오......기다리는 가족도 없고,돈에도 약간은 여유가 있고.
조금만 더 생각이 정리될 때까지,지구를 둘러볼까,하고.
어쨌든,수에즈 기지까지 신 문병이나 가보려고 생각해요]
[그런가......부디 조심해.신에게,안부 전해줘]
메이린의 말에,적적하게 미소짓는 아스란.적복의 옷깃을 고치고,챙겨놓은 짐을 들고 일어선다.
병실을 나가려고 등을 돌리는 그,그 뒷모습에서,무언가를 '느낀'메이린은--
--충동적으로,그 등을 끌어안았다.
[......왜 그래,메이린?]
[아스란......! 다,당신은,어떻게 되는 건가요......!?]
등 뒤에 달라붙은 메이린에게,뒤돌아 보지도 못하고 묻는 아스란.침착한 어조.
메이린은,자신도 잘 알지 못하는 충동으로,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어떻게,라니......?]
[이제부터도 계속,자프트에서 싸우는 건가요? 이대로,계속하는 건가요......?]
[......? 뭐,그렇겠지]
아스란은,메이린의 질문이 무슨 의도인지를 전혀 알지 못한다.
싸움을 계속하는 이외에,뭘 어떻게 하면 좋은 것일까? 두 사람은 함께,이때까지의 싸움을 생각해 낸다.
카가리를 쓰러뜨려 버린,수에즈 만에서의 싸움.마유를 막지 못했던,베를린의 싸움.
그리고,남매의 비극을 막지 못했던,북해의 싸움--
[나는--이번에야말로,이루어야만 해.결심했으니까.끝까지 해내야만 한다구.
그렇지 않으면,여기까지 치른 희생이 전부 무의미하게 되어 버려.신과 여동생의 비극도,무의미한 것이 되어 버려.
그러니까,나는--]
[아스란은--당신은,군을 그만두는 쪽이,좋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스란을 가로막은 것은,메이린의 의외의 한 마디.같은 기억을 되짚으면서도,전혀 다른 방향을 향한 둘의 생각.
무심코 아스란은,그녀를 뿌리치듯이 뒤를 돌아본다.
메이린은 고개를 숙인 채,자신없어보이은 어조로,하지만,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확신에 의지해서.
[어딘가 아스란은--주위가 보이지 않게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이대로는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구요]
[그럴까.확실히 그 때는,몸 상태도 안 좋았으니--]
[신 이야기가 아니라--훨씬 전부터.아마,수에즈 공략전 때부터]
[............]
[아스란은......아스란도,한번 이쯤해서,조금 떨어진 곳에서 지켜볼 필요가 있지 않나요?]
[............]
[지금을 놓치면,이제 아스란에게는,멈추어설 기회가 없어져 버릴 듯한 느낌이 들어서,그러니까......!]
떨리는 목소리의 메이린은,쭈뼛쭈뼛 오른손을 내민다.마치 '같이 가자'라고 말하듯이.
그것에 대해,아스란은.
[고마워.메이린은 메이린 나름대로,날 걱정해 주는구나]
[아......그,그런 게 아니라......!]
[하지만,미안해.메이린하고는,함께 갈 수 없어.
나는 이제,멈춰서지 않는다고 결심했어.나 때문에 망가진 신 몫까지 싸운다고,결심했어]
아스란은 손을 내밀었지만,메이린의 손을 잡지 않고,그녀의 트윈 테일 사이에 손을 얹어,거칠게 쓰다듬은 뒤.
엄한 표정으로 몸을 빼어,병실을 나간다.
남겨진 메이린은,그 얼굴에 불안을 떠올린 채,그의 뒷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창 밖의 하늘을 올려다 보면,그곳은 푸른 하늘.잔혹할 정도로 맑게 개인,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올려다보면 잿빛 구름 아래,아직도 눈이 내리고 있는 베를린.
연합군의 부대가 대대적으로 전개해,텐트도 여러 개 펼쳐져 있다.
파편더미에 깔린 사람들의 구출,집을 잃은 난민의 지원,식량지원에 위생관리.헌신적인 구조가 진행되고 있었다.
말하자면--엄한 채찍 다음에는,똑바로 당근을,이라는 것이다.
또한 이 구조에 의해,이 피해는 '거리를 방패로 싸웠던'자프트가 나쁜 것이다,라고 어필하는 것도 목적이었다.
피해를 받은 사람들은 석연치 않은 무언가를 느끼면서도,하지만 구조의 손길을 거부하지도 못하고......
그런 상황인 거리의 한 구석.
기적적으로 살아남아,연합군에게 접수된 건물 중 하나에서.
[여어,미인 아가씨♪ 기분은 좀 어떠신가?]
[......좋을 리가 없지요.이런 취급을 당하고......!]
가벼운 느낌의 목소리를 내면서,한 남자가 방 문을 연다.검은 군복을 입고,가면을 쓴 남자다.
그런 그를 노려보는 것은,작업복 차림의 여성.그 한쪽 다리에는 족쇄가 채워져,사슬로 벽에 이어져 있다.
그녀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은,이 좁은 방 안,딱딱한 침대와 한쪽 구석의 가설 화장실 사이 뿐,이라는 상황이다.
[......어째서 당신이 살아 있는지,어째서 연합군 같은 곳에 있는지는,지금은 묻지 않겠어요.
하지만......포로라고 해도,범죄자 취급이라고 해도,이럴 수는 없어요!
대체 소좌는,날 어쩔 생각인가요!?]
['소좌가 아냐'라고 몇 번을 말해야 아는 거야.멋대로 죽이고 강등시키지 말아달라구,마류 라미아스.
나는,네오 로아노크,대--,좌--,야--!]
[대좌]부분을 강조해서 말하고는,네오는 주저앉는다.침대에 걸터앉은 마류의 발 밑.
품에서 꺼낸 것은,작은 열쇠.마류의 발을 속박하고 있던 족쇄를,철컥철컥 풀기 시작한다.
[이상한 생각은 하지 말라고~.내가 옆에 없으면,당신은 아직도 즉시 사살 OK인 중죄인이니까]
[......감싸주고 있다,라는 말이라도 할 생각인가요?]
[그런 셈이지.나로서도,당신을 죽게 하기는 아까우니까.
좀 이동해야겠어.겨우 베를린의 패전 처리가 끝나서 말이지]
족쇄를 풀고,일어서는 네오.자유로워진 다리를 쓰다듬으면서,마류는 수상한 눈으로 가면의 남자를 올려다 본다.
네오가 무엇을 노리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한동안은 저항하지 않는 쪽이 좋다고 생각한 것인지,순순히 따른다.
그런 그녀에게,네오는 묘하게 치근덕대는 말투로 푸념을 늘어놓는다.
[아니~,그야말로 호되게 당했다구.귀여운 부하들은 전~부 당해버리질 않나,나도 격추당하질 않나.
덤으로 마유까지 당해버렸지.이래서야 당신 정도 되는 선물이 없으면,농담 아니고 진짜로 강등당할 거야]
[......!? 잠깐만,지금,뭐라고!? 마유가 어떻게 됐다구요!?]
그의 아무생각 없는 말에,혈색까지 바뀌며 캐묻는 마류.
한편 네오는,가벼운 태도를 바꾸지 않은 채,그녀를 데리고 방을 나선다.
[뭐......그런 사정은,천천히 기회를 봐서 이야기하기로 하지.이쪽도 묻고 싶은 게 많으니까.
여기서 북아메리카까지,비행 시간은 꽤 걸리니까 말야--♪]
--어두운 격납고 안,두 사람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사람은,플랜트 최고평의회 의장,길버트 듀랜달.
어딘가 감개무량한 얼굴로,어두운 격납고에 늘어선 거대한 그림자를 올려다보고 있다.
한 사람은,별 모양의 머리장식을 달고 스테이지 의상을 입은,가희 [라크스 클라인].발 밑에는 붉은 하로가 튀어다니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하로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가슴께에 붙은 펜던트 같은 물건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아니......그것은 펜던트가 아니다.날개를 본뜬 뱃지,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미네르바 소속,레이 자 바렐입니다.동함 소속,아스란 자라를 데려왔습니다]
[오랜만입니다,의장]
어두운 격납고에 목소리가 울린다.격납고 맞은편,통로 끝에,붉은 그림자 2개가 보인다.
두 사람은 경례를 하고는,듀랜달과 가희 쪽으로 걸어온다.
[수고했군,두 사람.특히 아스란,상처는 이제 괜찮은가?]
[예,아직 베스트 컨디션이라고는 하기 힘듭니다만......]
[--아스라아안♪]
의장에게 대답하는 아스란의 목소리를,높은 목소리가 가로막는다.
스테이지 의상 차림의 가희가,아무런 주저도 없이 그에게 달려든다.그 기세에 아스란은 무심코 얼굴을 찌푸린다.
[......윽!]
[앗! 부상당했었지요! 미안해요 아스란,괜찮아요?!]
[조,조금만 더 조심해,미......라크스]
야단스럽게 양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이는 가희에게,아스란은 눈살을 찌푸린다.
불평 정도는 한 마디 하려고 그녀를 바라본 그는,문득 어떤 것을 눈치챈다.
조금 전 그녀가 달려들었을 때,부드러운 가슴의 감촉과 동시에 전해진,딱딱한 액세서리의 감촉--
[라크스......그건!? 그 훈장은......!]
[네,나도 이전 디스트로이 건으로,'페이스'의 일원으로 임명됐어요♪]
[뭐라구......!?]
[핑크색 자크를 제 전용기로 받고~,힐다 부대 여러분들이,제 부하가 되고~.
이제부터는,'노래하고 춤추며 싸우는 아이돌,라크스 클라인'으로 가는 거에요♪ ......그렇지요,의장님?]
[실제로,그녀의 전투력은 의외로 높아서 말이지.솔직히 말해 놀랐네.
다소 위험도 따르지만......이번같은 일이 있으면,오히려 이렇게 해 두는 쪽이 안전하다고 생각해서]
[이제부터는,같은 입장이니까요.함께 싸우자구요,아스란?]
[아......그래......으응......]
즐겁게 보고하는 가희.즐거운 듯 이야기하는 의장.아스란은 놀란 나머지,말도 제대로 잇지 못한다.
빙그레 미소짓는 가희가,아연해하는 아스란의 손을 잡고,억지로 악수를 한다.
그런 3인에......레이는 혼자,냉정한 그대로다.
[그것보다 의장--우리를 이런 곳에 부른 용건은,그런 것이 아니겠지요?]
[......그래,그랬었지.두 사람에게는,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네]
[아스란.자네를 '페이스'로 임명했을 때의,수에즈에서 나누었던 대화를 기억하고 있나?]
[예......일단은]
의장의 당돌한 질문에,애매하게 대답하는 아스란.그 때,어떤 대화를 나누었던가?
확실히,신뢰를 표하기 위해서는 훈장 정도밖에 방법이 없다,라던가--
[그 때--나는 약속했었지.자네가 타기에 어울리는 MS를,건조 중이라고.
세이버도 능가하는 MS를,준비하는 중이라고]
[그러고 보면,분명히......]
[안타깝게도 베를린의 싸움에는 맞추지 못했지만--봐 주겠는가!?]
팟! 파파팟!
의장이 손을 들어올리는 것을 신호로,격납고 안에 조명이 들어온다.
빛에 비추어진 것은,통로를 가로막듯이 늘어선,거대한 그림자 2개.
[이,이건--!]
[ZGMF-X19S,인피니트 저스티스.ZGMS-666S,레전드.
아스란,그리고 레이,자네들 두 사람의,새로운 기체다]
아스란이 숨을 삼킨 것은,무리도 아니다.
그곳에 자리하고 있었던 것은--어딘가 본 적이 있는,하지만 세부는 상당히 다른,2체의 MS.
전신 회색인 것은,PS장갑을 채용하고 있기 때문일까.그 점도 그 MS들과 똑같다.
대형의 리프터를 짊어지고,커다란 벼슬같은 머리부분을 가진 1기.
원반형 파츠를 짊어지고,무수한 드라군 같은 장비를 갖춘 1기.
틀림없이,이 2기는--
[보는 대로,2년 전의 명기,저스티스와 프로비던스를,현재 기술로 다시 만든 것으로--
본래는,'연합측에 붙은'프리덤에 대항하는,자프트의 심볼로 만들어진 것이지.
다행인지 불행인지,프리덤은 이미 쓰러뜨렸지만......그래도 이 2기가 뛰어난 MS라는 점은 변함없네]
[............]
[저스티스의 컨셉을 이어받은 후계기,인피니트 저스티스.
이것에는,아스란을 태우려고 하네.괜찮겠나?]
[예......!]
아스란은 새로운 애기를 올려다보며,고개를 끄덕인다.그는 무심코 생각한다.
혹시,이 기체가 베를린의 싸움에 늦지 않았더라면.
세이버보다도 강력하고,세이버보다도 트리키한 공격을 가능하게 하는,이 MS가 그 때 있었다면.
--어쩌면,자신이 프리덤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신과 프리덤의,그 비극적인 싸움 그 자체를,회피할 수 있지는 않았을까.
혹시 그 때,이 힘이 있었다면--!
[그리고 이쪽 프로비던스의 발전기,레전드에는......레이,자네가 타줘야겠네]
이어진 의장의 말에,아스란은 흠칫 놀란다.
아무래도 이 레전드는,신형 저스티스 이상으로 원형기에서 크게 변화한 모양이었다.
보디는 상당히 슬림해지고,짊어진 원반형 파츠는 2개로 분리되어,아무래도 가동식으로 보였다.
원반,그리고 허리 사이드의 드라군도,여러 가지로 변경되어 있다.
아스란은 생각한다.예전,프로비던스에 타고 있던 남자에 대해.
라우 르 크루제.가면으로 얼굴을 감춘,의문의 사나이.
최초에는,이상한 구석은 있지만 우수한 사관.아스란에게 있어서는,존경의 대상이기도 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그는 적이 되고......이윽고,그가 세계 멸망이라는 야망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최고의 사관이며,최악의 적.크루제가 가지고 있던 양면성은,아스란에게도 아직 완전히 정리가 되지 않은 문제였다.
그 크루제의 마지막 탑승기였던 프로비던스,의 상급기가,이렇게 동료의 기체로 눈 앞에 있다.
확실히 아군이 된다면,이 이상 믿음직한 존재는 없다.적으로 돌리면 이 이상 무서운 적도 그다지 없지만.
아스란은 복잡한 감정을 가슴에 안고,레전드를 올려다 본다.
[제가,다룰 수 있을까요......?]
[괜찮아 레이.라우는 훌륭하게 사용해 보였다.자네가 해내지 못할 리가 없어]
그로서는 드물게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레이에게,듀랜달은 부드럽게 대답한다.
그 대화를,옆에서 듣고 있던 아스란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레이가 물은 것은,아마 취급에 특수한 재능과 기량을 필요로 하는 원격조작병기,드라군에 대해서일 것이다.
하지만--지금의 대화는,대체 어떻게 된 것인가? [라우]라는 것은......크루제 대장 말인가?
마침 그를 생각하고 있던 아스란은,의문을 품는다.
[의장,그건--]
[알겠습니다.그럼 레이 자 바렐,의장의 기대에 보답하도록,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무심코 물어보려 했던 아스란이었지만,곧 자세를 고친 레이의 말에 가로막힌다.
기회를 놓친 아스란은,가벼운 한숨을 쉬며 시선을 피한다.
시선을 피한 방향에서--그는 문득,격납고 구석에,낯선 MS가 한 대 더 있는 것을 눈치챈다.
그렇게 시선이라도 돌리지 않았다면,눈치채지 못했을 심리적인 사각에.
[--왜 그러나,아스란?]
[저건--저 MS는,뭡니까? 저스티스나 레전드와 같은,신형인가요?]
조금 전 말하려고 했던 의문은 삼키고,아스란은 반사적으로 [그것]을 가리킨다.
스포트라이트가 비추어진 저스티스나 레전드와는 달리,반은 어둠에 가려진 1기.
윤곽이나 전체적인 인상을 보는 한,자프트의 양산계열 MS가 아니라,건담 타입의 시작기 계열일까.
등 뒤에는,무언가 날개 같은 것이 보인다.이것도 PS장갑인가,지금은 회색 일색이다.
자신들에게 주어진 2기와는 달리,베이스가 된 기체도 얼핏 보아서는 알 수가 없다.
[아아--저건,'실패작'이지]
[실패작? 약한 겁니까?]
한숨 섞인 듀랜달의 태도에,아스란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건담 타입의 MS는,대부분은 채산을 무시하고 만들어진다.최고급의 시작기,혹은 원오프기다.
기획 시점에서 실패가 허락될 리 없고,또한 어떤 의미에서든 강력한 능력을 갖추고 있을 것이다.
실패작,이라는 평가 그 자체가,보통 일이 아니다.
[아니,약하지는 않아.오히려 강하지,강하다는 정도가 아니야.'최강'이지.
공격력,방어력,기동력,신뢰성.모든 면에서,임펄스 등 세컨드 스테이지의 MS를 크게 상회하지.
단독 전투력,스펙상의 강함이라면,현 시점에서 '최강'이라고 단언해도 좋을 거야]
[그럼,어째서 실패작이라고--]
[저건,'너무 강해']
듀랜달은,질렸다는 듯이 입을 연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겉보기에는 크기도 평범하고,얼핏 보기에도 특히 특출난 무장도 없다.
등 뒤에 무언가 2개,대형 무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만,굳이 말하자면 그것 뿐이다.
하지만,듀랜달의 말로는--
[나는 MS의 개발자들에게,'최강의 MS를 만들어 달라'고 의뢰했지.
MS가 상정하고 있는 모든 거리,모든 국면에 있어서의,항상 최강이 될 수 있는 기체를 만들어 달라,고.
--그들은,충실하게 내 주문에 응해 주었지.하지만 약간,좀 지나쳤던 모양이야]
[?]
최강이자 만능의 모빌 슈트.그것은 모든 사람의 꿈이다.파일럿에게도 군의 상층부에 있어서도,그것은 꿈이다.
어디까지나 그것은 꿈이고,현실에서는 실현 불가능.불가능하기 때문에,여러 가지 시도가 행해진다.
특정한 지형에 전문화시켜 나누어 사용하거나,무장을 환장하는 것으로 상황에 대응하거나,변형 기구도 그런 시도 중의 하나다.
하지만 어디까지 가도 결정타가 보이지 않는 것이 이 문제.
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서,그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든 것인가?
[확실히,완성된 모빌 슈트는 최강이었지.모든 거리에 대응할 수 있고,모든 전투가 가능했어.
하지만--그것에 대응할 수 있는 파일럿이 없었지.파일럿이 따라가지를 못했어]
[파일럿이?]
[저것에 탄다는 것은,그렇군......
내츄럴이 아무런 조정도 없이 코디네이터용 MS를 억지로 타는 것에 가까울까.
반사신경.대 G내성.정보처리능력.공간인식능력.날카로운 직감.그야말로 제 6감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 있어서,우리 코디네이터의 손에는 지나쳤지.최강최악의 난폭마야.
테스트 파일럿 중에는,저격이나 격투 등,특정 특기 분야에 한정해서는 어떻게 대응할 수 있었던 자도 있었지만.
모든 능력을 끌어낸 자는 한 사람도 없어.그런 건 누구라도 불가능하다고,그들은 입을 모아 단언하더군]
[확실히 그래서는,개개의 분야에 특화된 MS를 만드는 쪽이 낫겠군요......]
지나치면 미치지 못한다,라는 것인가.
그들은 복잡한 생각을 가슴에 품고,그 [난폭마]를 올려다 본다.
너무나도 강한 탓에,싸울 수 없는 것,최강이지만,쓸데없는 물건.
그 힘이 느껴지는 실루엣은,어딘가 동시에 외로움도 느끼게 하는 것으로......
듀랜달의 입에서 새어나온 작은 탄식이,바로 그 기체의 모든 것을 가리키고 있었다--
[마치,광대짓이군--!]
--하얀 빛이,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모든 리얼리티가 상실된,꿈 같은 세계에서,그녀는 정신이 들고 보니 혼자.
부드러운 바람에,묶은 머리가 흔들린다.플리츠 스커트가 흔들린다.
[............?]
주위를 둘러본다.
마치,구름 위에 서 있는 것 같은 풍경.
푸른 하늘은 너무나도 눈부셔,태양은 찾을 수가 없다.공기 그 자체가 빛나고 있는 듯,빛에 둘러싸여 있다.
주변의 온도는 춥지도 덥지도 않고,딱 좋은 따뜻함.
[......뭐 하고 있어,마유?]
[이쪽이야,힘들었겠구나]
자상한 목소리를 듣고,소녀는 뒤돌아본다.
어느 틈에 그곳에 있었는지.평온한 미소를 띄운 부부가,그곳에 서 있었다.
[아빠! 엄마!]
[어--이,빨리 오라고,마유--! 같이 놀자--!]
[......마유......이제,무서운 건,없으니까......]
양친의 모습을 확인한 소녀는,계속해서 그들의 등 뒤에서 솟아오르듯 출현하는 사람들을 본다.
아울이,웃으면서 손을 흔들고 있다.스텔라가,안심한 표정으로 미소짓고 있다.
오브군의 군인들이,모두,자상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소녀는,그들 쪽으로 손을 흔든다.눈치채고 보니 그 오른팔도,원래 것으로 되돌아와 있다.
[응--!]
소녀는,달리기 시작한다.웃음을 만면에 띄우고,달리기 시작한다.
행복하게 미소짓는 소중한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조금만 더 가면 손이 닿는--
[----?!]
그것은,당돌하게.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소녀는 넘어진다.
이 빛으로 가득찬 세계에서,발에 걸릴만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그런데도,넘어진다.
소녀는 엎드린 자세로 쓰러진 채,왜 그렇게 되었는지 알고 싶어서,자신의 등 뒤를 돌아본다.
왼쪽 다리가--끊어져 있었다.
2년 전의 그 날,자신의 오른팔을 봤던 날처럼.
악취미적인 농담처럼,자신의 다리가 뒹굴고 있는 광경을 보았다.무릎 위에서 끊어진 다리가,그곳에 있었다.
피는 나오고 있지만,아픔은 없다.어쩌면,아픔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을 뿐인가.
이래서야 넘어지는 게 당연하잖아--소녀는 묘하게 침착한 기분으로,납득한다.
[--그런가,마유는 아직 올 수 없는 건가]
[--아직 끝낼 수 없구나,이 아이는]
지켜보는 사람들의 웅성거림이,마유의 귀에도 들어온다.그녀는 엎드린 채,그들을 올려다본다.
조금만 더 가면 닿을 듯한 거리,그녀의 소중한 사람들은,모두들 어딘가 외로워 보이는,하지만 평온한 표정을 하고 있다.
[아직 세이란 삼위에게는,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는 거겠지]
[미안하군,우리들의 뒷처리를,자네같은 젊은이에게 떠넘기게 되어서]
[잠깐만! 기껏 만났는데! 나는,나도--!]
바바 일위가,토다카 일좌가,소녀를 [거절]하는 말들을 흘린다.
외다리의 소녀는,그래도 필사적으로 일어서려 하지만--그러는 도중에,오른팔이 연기처럼 사라진다.
소녀는 갑자기 균형을 잃고,다시 넘어진다.
보면 오른팔도 또한,상완부에서 끊어져 있다.소매 너머로도 알 수 있는,익숙해져 버린 둥근 끝부분.
[가지 말아요! 나만 두고,가지 말아요!]
소녀는 울기 시작한다.눈물이 흘러나와,시계가 흐려진다.
무언가 결정적인 선이 끊어져 버렸다는 것을 직감하고,그녀는 슬픔을 삼킨다.
모두들,멀어져 간다.기껏 만난 소중한 사람들이,멀어져 간다.
[......부탁이,있어]
문득 들린 목소리에,울고 있던 소녀는 얼굴을 올린다.
흐려진 시계 너머로,그건 누구였을까?
한 사람의 여성이,그녀 바로 옆에 앉아 있었다.떠나가는 사람들 무리를 따르지 않고,혼자서 남아 있었다.
어디선가 본 기억은 있지만--이름이 생각나지를 않는다.어쩌면,이름 같은 건 처음부터 듣지 않았었던가?
짧은 붉은머리의,언니.
[신을,도와 줘,그를,구해 줘.
분명히 그 녀석,지금쯤 허둥거리면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을 테니까--]
[오빠,를......?]
[신 녀석 언제나 강한 척만 하는 주제에,묘하게 약한 면이 있거든.뭐,그런 점이 귀엽지만--]
어딘가 씁쓸한 웃음 섞어 말하는,붉은머리의 여성.그런 그녀도,그녀의 목소리도,급속하게 흐려지기 시작한다.
그대로,세계는 하얀 빛에 물들어 간다.
소녀의 의식도 급격하게,[저편]으로 되돌려진다--
......눈이,내리고 있었다.
하늘에서,하얀 눈이 내리고 있다.
춤추며 떨어지는 눈송이를,누워서 올려다보며......그녀는 어렴풋이,눈을 뜬다.
여기는,어딜까.
그 뒤로,어떻게 되었을까.
아직 안개가 낀 듯한 의식.꿈과 현실의 경계가,애매했다.
세계는,주위의 풍경 그대로,하얗게 흐려진다.
하얗다.모든 것이 하얗다.
눈이 내리고 있다.하얀 눈이 내리고 있다.
하지만,몸은 따뜻하다.주위는 봄처럼 따뜻하다.
누워 있는 몸을 따뜻하게 감싸는 것은,내려쌓이는 눈이 아니라,하얗고 청결한 침대.
눈이 내리는 외계와 따뜻한 방을 차단하는 것은,유리장식이 된 벽과 지붕.
유리 지붕에 내려 쌓이는 눈이,천천히 녹아서,눈 내리는 하늘이 드러난다.
눈은 계속해서 내리고,커다란 집의 넓은 정원,그 정원 안,한가운데.
--그곳은,온실 안에 놓인,커다란 침대.
누워 있는 소녀의 형태대로,시트가 살며시 올라와 있지만......
그 윤곽에는,갖추어져 있어야 할 것이 갖추어져 있지 않았다.
상완 절반쯤에서 잘려나간,오른팔의 윤곽.
허벅지 반쯤에서 잘려나간,왼쪽 다리의 윤곽.
소녀는--지금 있는 장소가,눈에 반쯤 묻힌 온실 안이라는 것을 인식하고도,여전히 현실감이 없는 이 광경에 아연해 있었다.
조용했다.따뜻했다.하얗다.아름다웠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환상적인 광경에--계속되는 꿈이라고밖에,생각되지 않았다.
[......어머 어머,눈을 뜨셨나요?]
[걱정했다구.계--속 잠들어 있었으니까]
갑작스럽게,침묵이 깨진다.
온실과 저택을 잇는,온실과 마찬가지로 유리로 된 복도.
그곳을 건너,온실에 얼굴을 내민 것은--
[기분은 어떤가요,마유 아스카 씨]
[마유에게는 여러 가지로 고생만 시켜버렸군,그 날부터,계속]
[테얀데이! 하로하로~! 너,잘 있냐!? 하로,라크스!]
[............]
휠체어 위에서 미소짓는,분홍색 머리의 여성.꽃잎을 겹친 모양의,금색 머리장식.
그 휠체어를 미는,척안의 남자.미미하게 감도는 커피 향기.
그들의 주위를 튀어다니는,장소에 어울리지 않게 떠들썩한 분홍색 구체.
그것들의 모습을,머--엉하니 바라보면서......
마유는,자신이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그제서야,이해했다.
눈에서,한 줄기 눈물이 흘러나온다.
사투의 무대에서 북해 건너편,스칸디나비아 왕국.
과거,클라인 일족이 플랜트로 이주하기 이전 살았던 구 저택.
모든 것을 감싸듯이,눈이 내린다--
제 23화 [ 그녀의 진실 ] 로 계속
원저자 코멘트
--이렇게 되어,마유 생존,신 리타이어.그 분홍색 그녀도(많은 분들이 예상하신 대로)생존 확인......
이번회엔 전투가 없습니다.지금까지 조금 하드한 전투가 계속되었기에,약간 휴식이라는 걸로.
수중용 미스트랄
적당한 존재가 없었기에,오리지널 기를 내보냈습니다.내츄럴이라도 간단하게 탈 수 있는 수중용 기체입니다.
원래의 미스트랄에는,시드의 유니우스 세븐에서 얼음덩어리를 회수할 때,헬리오폴리스의 학생들이 타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아스트레이의 [키메라]의 소체,라고 말하는 쪽이 알기 쉬울지도 모르겠군요.
우주세기의 [수중용 볼]처럼,추진기를 수중용으로 바꾸는 등,마이너 체인지를 했을 뿐입니다.
수염 난 해군 사관
완전히 오리지널 캐릭터입니다만,뭐 연합군도 악인만 있는 건 아니라는 걸로.
좋은 사람이지만......이런 성격이라면,출세는 못 하겠지......
사이 아가일
이렇게 되어,정커가 되었습니다.왜인지 본편에 나오지 않았기에,멋대로 그 이후를 설정.
사람은 좋기에,연합군 병사와도 양호한 관계를 맺은 모양.덤으로 배에는 다른 정커 동료도 있습니다.
여러 가지로 설정이나 배경도 있습니다만......이야기상 관계없기에 대폭 삭제,그 나름대로 농후한 2년을 보내 왔습니다.
인피니트 저스티스
순정 자프트제라는 것 이외에는,거의 본편 그대로입니다.형번의 마지막만,A가 아닌 S로 했습니다.엔진도 다르려나.
어떻게 생각해도,아스란을 위해 준비한다면 레전드가 아니라 이쪽이겠지요.
클라인 가 구 저택
시겔이 이 나라 출신,이라는 것은 공식설정입니다만.이 구 저택 그 자체는 척완 오리지널 설정입니다.
외견적으로는,플랜트에 있었던 클라인 저택을 거의 그대로 눈 속에 이식한 것이라고 생각해 주십시오.
세세한 점으로는,추위 대책으로 창문이 2중으로 되어 있거나,난로용 굴뚝이 있거나 합니다만.
온실의 침대는 원래부터 있던 것이 아니라.나중에 마유를 위해 옮겨온 물건입니다.
다음 회,총집편,이라고 해도,시드 시대를 메인으로,유우나 총집편에서 놓친 부분을 중심으로.
어떤 인물의 과거,그리고 그 내면에,독자적인 해석으로 깊숙하게 파고들어 보려고 생각합니다.
다음회야말로,이 척완 마유 이야기의 어떤 의미로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만......과연 어떻게 될지.










덧글
구멍난위장 2009/11/02 18:05 # 답글
엄청 오랜만입니다.Rain 2009/11/02 20:56 #
아직도 기억해주고 계셨군요....청천하 2009/11/17 22:21 # 답글
많이 오랜만입니다Rain 2009/11/18 11:55 #
이전부터 보고 계셨었나요.청천하 2009/11/18 19:34 # 답글
2007 / 11 / 28 일 쯤 부터효.....보기만.정확히는 이글루스 가입을 안했었던.